■ 박성수 ETRI 양자기술연구단장

美백악관, 국가양자조정국 설치
中,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


“꿈의 기술로 불리는 양자 기술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에 비해 한국의 기술 연구·개발(R&D)과 투자가 뒤처져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의 투자 확대와 전담 연구조직 구축, 위상 강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박성수(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기술(ICT)창의연구소 양자기술연구단장은 4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전 세계 최고 기술력을 지닌 미국은 투입하는 연구비도 2021년 기준 7000억 원으로 압도적”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박 단장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연간 10억6723만 위안(약 2000억 원)가량을 투입하고 있다. 지방 정부의 투자액까지 더하면 전체 규모는 26억6808만 위안(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통적인 양자 기술 강자는 유럽이었으나 정부와 민간의 투자와 R&D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미국, 중국, 유럽 순으로 기술 개발 순위가 바뀌었다.

특히 양자 기술로 만드는 양자 컴퓨터는 암호 해독과 사이버 보안 등 군사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국가 안전보장과 직결되는 기술로 평가된다. 미·중 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심화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박 단장은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구글과 IBM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데 백악관에 물리학 박사급 관리들로 구성돼 양자만 전문으로 다루는 조정국이 존재한다”면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20년 10월 ‘양자 과학기술 연구·응용전망’에 대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集體) 학습을 주재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양자 기술 개발은 미래 사회 선점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현재 44제타바이트(ZB·1ZB는 1조1000억 기가바이트) 수준으로 생성되고 있는 데이터는 2025년엔 175제타바이트에 이를 것”이라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처리 기술도 4배로 향상돼야 하는데 반도체는 한계에 도달했고 양자가 처리 속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 기술은 의학·바이오 측면에서도 혁신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금은 암(癌)을 조기에 발견하기 쉽지 않지만, 양자 기술(센서)을 활용하면 아주 미세한 암도 발견할 수 있다”며 “의학이 수술이 아닌 예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 진보 흐름에서 실기하면 훗날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국내 기술 개발, 투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양자 컴퓨터를 비롯해 양자 통신, 양자 센서 등에 투입되는 연간 예산은 900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 단장은 “우리나라도 2014년 양자 기술 관련 중장기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4월 좀 더 구체화된 투자 계획을 내놨다”며 “처음보단 예산 지원이 많이 늘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차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분야에서 최근 떠오르는 화두가 인력 부족”이라면서 “기술 개발을 위해선 물리, 화학, 전기·전자 등이 모두 필요하며 대학에도 외국처럼 전담 학과가 개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연구조직을 일원화하고 전담 팹(생산시설)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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