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7월부터 신·증축 적용

방크기 최소7㎡·창문 꼭 내야
열악한 환경에 극단선택 빈번
화재 등 유사시 탈출 못하기도


장면 #1. 세밑인 지난해 12월 28일에는 서울 종로구의 한 고시원 공용 화장실에서 80대 B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2016년부터 고시원에서 홀로 지내는 장기 거주자였다. B 씨는 좁디좁은 자신의 방 대신, 그나마 넓은 공용화장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이 시신을 수습해 무연고 장례가 치러졌다. 이 고시원에서는 이 사건 5일 전에도 혼자 살던 70대 주민 1명이 방 안에서 홀로 숨을 거두기도 했다.

장면 #2. 고시원이 즐비한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은 청년들의 희망과 낙담이 교차하는 곳이다. 공무원과 행정관료, 외교관 등을 꿈꾸는 학생들이 비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한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법고시생들이 빠져나가 공실률이 최근엔 늘긴 했지만 여전히 수험생들로 붐빈다. 인근에 즐비한 학원과 고시원을 오가는 생활을 하는 청년들의 운명도 합격과 불합격에 따라 갈린다. 수년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다가 “엄마, 미안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인생의 희망찬 시작과 암울한 끝이 동시에 공존하는 고시원의 여건이 앞으로는 조금이나마 개선된다.

4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고시원 거주자의 인간다운 삶과 안전한 거주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 실면적 기준과 창문 의무 설치 규정을 신설한 서울시 건축 조례 개정안이 최근 공포됐다. 이에 따라 고시원 개별 방의 면적은 전용면적 7㎡(2.1평) 이상(화장실 포함 시 9㎡ 이상)이어야 한다. 또 방마다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창문은 유사시 탈출이 가능하도록 유효 폭 0.5m, 유효 높이 1m 이상 크기로 실외와 접해야 한다. 이 규정은 건축주 등 관계자가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개정안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신축뿐 아니라 증축이나 수선, 용도변경 등 모든 건축행위 허가 신청에 적용된다.

현재 고시원에 있는 방의 절반에는 창이 설치가 안 돼 거주자들이 햇빛을 못 본다. 창문이 없는 거주환경은 절박한 처지에 놓인 거주자들의 ‘심리적 압박’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2020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지역 고시원의 53%는 평균 주거면적이 7㎡ 미만이다. 화재 시 대피 가능한 창문이 설치된 곳은 47.6%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2018년에는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로 7명이 한꺼번에 숨지기도 했다. 1인 가구인 고시원 거주자들은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비좁음’을 가장 많이 꼽았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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