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 前 국방부 차관

‘군은 1월 1일(토) 21:20분경 동부지역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하여 해당 인원이 22:40분경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하였다. 합참은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18:40분경 미상 인원 1명이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대북통지문을 오늘 아침 발송하였다.’

합참본부가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전한 최초의 이 내용을 확인하면서, 3가지 면피성 예단과 판단에 충격을 받았다.

첫째, 우리 국민이 월북한 것으로 단정했다. 헌법상 북측 주민도 우리 국민이다. 그러나 북측이 남파한 간첩과 우리 국민은 차이가 있다. 철책 월북자가 북측 간첩이고, 북측 지령에 따라 월북했다면 우리 정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이 아니다. 만약 북측을 위해 우리 사회에 암약하다 월북한 사람이라면 합참이 국민 보호 차원에서 보낸 대북통지문은 간첩의 안전 복귀를 북측에 알려준 통지문이 된다. 이번 월북자는 2020년 말 같은 루트를 이용해 귀순한 탈북민 김모 씨라고 한다. 김 씨의 대공 용의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오후 6시40분쯤 철책을 넘는 상황을 오후 9시20분에 감시장비로 포착했다는 내용이다. 제대로 표현한다면 ‘오후 6시40분쯤 철책을 넘은 상황을 약 3시간 지나 감시장비를 통해서 확인했다’여야 할 것이다. 철책을 넘어 월북하기 위해서는 ‘남방한계선(민통선)→ GOP→ DMZ 철책→ MDL→ 북측 차단선→ 북측 북방한계선’을 넘어야 한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문재인 정부의 전방초소(GP) 철수도 월북 환경에 도움을 준 측면이 있다. 과학 경계 장비인 만큼 탈북자가 철책을 넘는 순간 경고음이 울렸을 것이다. 경계병들이 그 경고음을 놓친 것이다. 후속적인 경계태세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총체적 경계 실패를 미봉했다.

셋째, 월북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합참이 대북전통문을 보냈다는 내용이다. 합참은 북한 군 당국에 어떤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지가 애매하다. 잘 보호해 달라는 것인가, 송환해 달라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민심을 고려해서 제발 극단적인 조치를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인가? 합참 ‘예규’에, 철책을 넘어 월북한 미상 인원의 안전을 고려해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라는 예규가 있는가?

문 정부는 2019년에 해상 귀순한 20대 북한 주민 2명을 그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했다. 반(反)헌법적 조치였다. 2020년에는 서해에 표류 중이던 우리 국민이 북측에 처참하게 사살됐는데, 해경이 월북 인사로 예단하면서 보호할 가치가 없는 국민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2022년 벽두에 미상 인원의 월북을 차단하지 못한 합참이 월북자의 보호를 요청하는 대북전통문을 보냈다. 문 정부의 이런 조치는 평화 프로세스 여건 조성 차원에서 북한 당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최전방 철책이 뚫리고, 월북자의 안전을 요청하는 대북전통문 보낸 것을 자랑하는 합참 모습을 보니 군의 존재 이유가 뻥 뚫린 것 같다. 국방위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작성하면서 합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려운 여건에서 경계근무에 고생하는 장병의 실수보다 합참 간부의 안이한 안보 인식이 우려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