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현실 인식이 왜곡돼 있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지만, 임기 내내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고 국민 편 가르기를 해왔다. 퇴임을 4개월여 앞둔 3일 마지막 신년사는 그런 현실 호도 인식이 전방위로 퍼지고 그 정도 역시 심각해졌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달나라 대통령’ 비아냥이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특히 2개월 뒤 대선에 대해 “국민의 희망을 담는 통합의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는 언급은 황당하다. 선거 주무장관들을 여당 중진의원들로 채워 놓았고, 특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놓고 야당 후보에 대한 수사 지침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내각은 여당 선거대책기구의 일부분으로 보일 만큼 여당 후보 공약을 뒷받침하기에 여념이 없다. 정상이라면 그런 오해를 받을 일조차 삼가야 한다. 이래 놓고 통합의 선거를 운운하는 것은 야당과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발상 아니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을 제도화했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 공수처는 무능을 넘어 무차별 통신 사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기구가 됐다. “한반도 상황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한 이틀 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선은 또 뚫렸다.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은 사라지고 소득 불평등은 극심해졌는데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임에도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독재자 김정은도 경제 실패에 대해 눈물로 사과하는 시늉이라도 한다. 태평성대 같은 문 대통령의 신년사는 어느 나라 얘기인지 궁금하다. 취임사도 마지막 신년사도 거짓으로 점철돼 있다. 여야 후보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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