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뜨리거나 틀리면 징역·벌금형
산업계 “과잉규제 탓 살얼음판”
해외선 친인척 2~3촌으로 한정
A 그룹은 지난해 총수가 전혀 알지 못하는 친인척 회사가 계열사로 편입돼 곤욕을 치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특수관계인 현황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누락’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 속앓이를 했기 때문이다. A 그룹 계열사에 편입된 해당 회사도 뒤늦게 알고 지분·거래 등 사업적 관계가 전혀 없다며 계열분리 절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속사정을 잘 아는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총수조차 해당 회사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과 괴리된 ‘특수관계인’ 규정으로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5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해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 포함)을 지정하면서 각 기업에 특수관계인 현황 등을 신고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총수의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이 보유한 기업과 주식 현황 등을 보고해야 한다. 문제는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비현실적으로 폭넓게 정해져 범법 행위를 조장하는 ‘과잉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경영진 견제 역할을 하기 위해 엄격한 자격 기준을 따져 선임하는 사외이사조차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사외이사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B 그룹 관계자는 “총수의 친인척만 해도 많게는 수백여 명이고, 개인정보를 이유로 보유한 주식이나 기업 현황 확인을 거부하거나 연락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특수관계인을 하나라도 누락하면 허위 자료 제출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감수해야 해 보고할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선진국은 대부분 2∼3촌 친인척만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한다”며 “우리 국민 인식도 3∼4촌까지만 친인척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인 특수관계인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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