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친족 범위 축소했지만
1974년 제정된 틀서 못벗어나
전경련 작년 여론조사 결과
국민 80%“친족은 최대 4촌”
공정위, 규정 개선방안 검토
알지도 못하는 친인척 회사가 하루아침에 계열사로 편입되는 등 각종 부작용과 폐해를 낳고 있는 ‘특수관계인’ 규정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재계에서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약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규정을 오랫동안 방치해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옭아매는 ‘과잉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 당국도 뒤늦게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제2정책본부장은 5일 통화에서 “특수관계인으로 친족 범위 규정을 처음 정한 것은 지난 1974년 제정된 국세기본법 시행령”이라면서 “이후 친족 범위를 축소하는 조정이 있긴 했으나 큰 틀에서 보면 46년 전에 만들어진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제정 당시 국세기본법 시행령은 친족 범위 규정을 ‘6촌 이내의 부계혈족과 4촌 이내의 부계혈족의 처’ ‘3촌 이내의 부계혈족의 남편 및 자녀’ ‘3촌 이내의 모계혈족과 그 배우자 및 자녀’ ‘배우자의 2촌 이내의 부계혈족 및 그 배우자’ 등으로 규정했다. 이후 1987년 공정거래법은 ‘8촌 이내의 혈족과 6촌 이내의 인척’으로 특수관계인 친족 규정을 명시했다가 2009년 5월에서야 현재의 ‘6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으로 개정했다. 자본시장법과 상법 등도 각각 2016년 8월과 2009년 2월부터 공정거래법과 같은 내용의 특수관계인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1970년대의 옛 가족 형태에서 따온 낡은 규정을 정부가 고수하면서 각종 폐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본부장은 “6촌 혈족이나 4촌 인척을 ‘경제 공동체’로 추정하는 것은 시대 변화나 일반인의 상식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이미 부동산, 금융 시스템에서 실명제가 정착된 상황이고, 산업화·도시화로 핵가족 단위로 가족 형태가 변화한 만큼 현실에 맞게 특수관계인 규정을 손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9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은 친족 범위를 최대 4촌으로 인식했으며, 6촌까지로 인식한 경우는 1.8명에 불과했다. 이미 우리나라처럼 핵가족이 보편적인 가족 형태가 된 주요 선진국가도 특수관계인의 친족 범위를 최대 4촌까지로 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특수관계인 범위를 통상 2촌까지(부모와 형제자매)로, 독일은 부모의 형제자매(3촌)까지, 프랑스는 최대 4촌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제도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기업집단국은 동일인(특수관계인) 규정 연구용역 결과를 지난달 전달받아 내부 검토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인 관련자 친족 범위가 넓다는) 현장의 문제의식에 공정위도 공감한다”며 “연구용역 결과도 비슷한 방향으로 나왔고, 이를 검토해 조정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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