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진 왼쪽부터 류동현·김종훈·오동준·오재도)는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다. 이제 지천명이라는 나이 50을 앞두고 있으니, 어느덧 40년이 지난 우정이다.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10대 시절을 함께 보냈으니 서로 허물이 없다. 각자가 여러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공통의 관심사는 건강이다. 주말에는 함께 청계산에 등산도 가고, 날씨가 좋으면 한강 바람 맞으면서 자전거도 탄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즈음에 우연히 알게 된 ‘제주도 해안도로 자전거길’. 제주도 해안도로를 따라 234㎞의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공식 명칭은 ‘제주 환상 자전거길’이라고 한다. 기억에 남을 만한 ‘반백살 건강 프로젝트’로 딱이었다. 얘기가 나온 그 다음 주에 출발하는 일정에 모두가 찬성했다.
제주공항 근처에 자전거 렌털숍이 많고 헬멧까지도 빌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전 준비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해결됐다. 제주도 자전거길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게 진리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됐다. 그래야 오른쪽으로 바다를 볼 수 있고 바람의 영향도 그나마 덜 받는다고 한다. 며칠 만에 제주도를 돌 것인가. 우리는 고심 끝에 이틀로 정했다.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가족들의 양해를 구하기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도 우리는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49세 자린이(자전거+어린이)들에게 하루 120㎞, 이틀간 총 240㎞의 일정은 출발 전날까지도 부담이었다. 타고난 체력과 평소 엄청난 운동량을 자랑하는 한 명 ‘류모 씨’를 제외하곤. 드디어 첫날, 새벽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려 용두암에서 출발했다. 자전거길은 한적했다.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많은 자전거로 북적거리는 한강 자전거길과는 달랐다. 마치 아름다운 화산 섬을 우리들만 전세 낸 기분이었다. 초반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설렘과 뭔지 모를 해방감, 찬란하게 빛나는 제주 바다 감상도 잠시였다. 강한 역풍과 뜨거운 햇살, 길고 지루한 오르막길과의 싸움이 계속됐다. 자전거 안장 위의 엉덩이는 쑤시고 허벅지는 터질 것 같았다.
‘처음에 자전거 일주 아이디어 낸 놈이 누구였지’ ‘제주도 아스팔트 바닥만 보면서 땀흘리려고 왔냐’ ‘택시 불러라. 공항 가자’라는 투덜거림도 살짝, 아주 살짝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달리고 달렸다. 해가 지고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숙소에 도착했다. 몸은 녹초가 됐지만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맛본 제주 흑돼지와 소맥은 꿀맛이었다.
둘째 날이다. 첫날이 지옥이라면 둘째 날은 천국이다. 오르막 없는 평지가 대부분이고 동북쪽 해안가 풍경은 예술이다. 첫날 무리해서 많이 달린 덕에 둘째 날은 여유가 있다. 마음이 가볍다. 아름다운 성산일출봉, 잊을 수 없는 하도리와 세화해변, 눈이 정화되는 함덕. 이번 제주도 일주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였음에는 이견이 없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돼버린 우리…그때의 우리보다 더 큰 아이들을 자식으로 키우고 있는 우리. 친구들아. 남은 반백년도 파이팅하자!
친구 오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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