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기관 통신조회 우려”

“통신조회 度 넘었다” 판단
6년만에 이례적 입장 표명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를 우려하며 법률 개선 등을 통해 통제가 필요하다고 제동을 건 배경은 공수처의 통신 조회가 저인망식으로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법령상 공수처 수사 대상자가 될 수 없는 민간인을 상대로 통신 영장을 발부받은 뒤 이들의 가족·지인까지 통신 조회를 하면서 ‘불법 민간인 사찰’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도 고려한 권고로 풀이된다.

6일 인권위가 이날 공수처를 포함한 모든 수사기관의 통신 조회가 우려스럽다는 이례적인 성명을 낸 이유는 최근 불거진 공수처의 ‘민간인 사찰’ 논란과 관련돼 있다. 인권위는 2014년 2월 통신 조회의 법적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권고, 2016년 11월 관련한 헌법소원 청구 과정에서의 의견 개진 외에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인권위가 6년 만에 공수처 등 수사기관 통신 조회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최근 논란이 된 공수처의 통신 조회가 정상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공수처 사찰 논란의 피해자들은 이날 현재 문화일보 기자 12명을 포함한 언론사 기자 170여 명, 국민의힘 의원 80여 명,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집행부 이사 24명 등 300명을 넘어섰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신기자들뿐 아니라 천안함 유족을 돕는 보훈단체 대표 등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민간인도 다수 포함됐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가 아니어서 법령상 수사 대상자가 될 수 없는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 그 가족과 지인 등을 광범위하게 통신 조회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의 상대방이 누군지에 대한 조회도 이뤄졌다고 한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사 기자의 취재원을 색출하려는 ‘언론 사찰’ ‘표적 수사’ 논란도 불거졌다. 공수처가 자신들의 수사 편의를 위해 무분별한 사찰을 벌였다는 지적도 커졌다. 하지만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적법한 수사”라며 “검·경은 더 많이 하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고 항변해 더 빈축을 샀다. 검·경의 경우 통신 조회를 해도 성매매·마약 등 불특정 다수가 연루된 일반 형사사건 위주로 진행하고, 반부패 수사의 경우엔 추가 수사를 통해 조회 범위를 최소한으로 좁힌다. 법조계에선 고위공직자만 수사하는 공수처와 일반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검·경의 사건 건수·특성을 무시한 발언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전기통신사업법 =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르면, 정보·수사기관은 재판과 수사, 형의 집행, 국가안전보장 위해 방지 등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위해 통신자료 조회를 요청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자(통신사)는 수사기관 등의 요청이 들어오면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일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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