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의 헌법│조너선 라우시 지음│조미현 옮김│에코리브르
존 로크·애덤 스미스 등 사상가
노력 산물로 ‘객관적 지식’ 탄생
이들로 사회의 가치·제도가 작동
디지털 미디어에 젖어있는 현대
정확성 보다는 시선끌기 우선시
분노·유머 사용해 사람 뇌 점령
현상 호도, 무질서·혼란만 야기
허위정보 공격 이겨낼 수 있도록
각자 자리서 ‘차단책’등 고민해야
한 사회가 가치의 기초, 즉 지식을 만드는 방식은 “옳고 그른 게 있다는 공동의 이해”에 의존한다. 결국 “사회적 경합을 평화롭고 생산적인 경로 쪽으로 밀어붙이는 통치 구조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 사회의 ‘가치·규칙·제도’가 작동해야 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지식의 헌법’이다. 지식의 헌법은 존 로크, 애덤 스미스 등 위대한 사상가들의 인식론적 연구의 산물로, 다시 사회적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객관적 지식”이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가짜뉴스는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인간은 원래부터 편향적이었다. 부족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은 ‘나’가 아닌 ‘우리’의 편향에 묻어가면서 안전을 도모했다. 문제는 편향이 “정확한 판단을 요구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종종 엉뚱한 길로 안내”할 뿐 아니라 “우리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둔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지구 전체를 파괴하고도 남을 대립이 여러 번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지식의 헌법이 작동하면서 인류는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 시대만큼 지식의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때는 없었다. 디지털 미디어에 빠진 우리는 “정보 기술이 지식 기술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모른다. 인식론적 결함을 안고 태어난 상업용 인터넷의 사업 모델은 “광고”이고, “주목도를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고려”는 부수적일 뿐, “즉각 반응하는 구독자를 모으는 쪽”으로만 달려간다. 대표적인 현상은 트롤링과 취소 문화다. 관심을 끌기 위해 “약간 무례한 유머”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행위인 트롤링은 전염성이 강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인지적, 감정적 취약점을 파고드는 “고전적 프로파간다 방법”을 알고 있는 트롤러는 전염성 있고 중독적인 무기인 “분노와 유머”를 적절히 사용해 “사람들의 뇌를 점령”한다. 흥미로운 것은 트롤러들의 수법이 별 증거도 없는 우기기에 불과함에도, 최근에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현상을 호도한다는 사실이다. “우익과 포퓰리스트”가 주로 사용하는 트롤링은 무질서와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반면 취소 문화는 “좌익과 엘리트주의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 계정의 팔로를 취소하는 데서 비롯된 이 말은, 나아가 인신공격이나 불매운동 등 상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취소 문화는 자신의 뜻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지식의 헌법에 균열을 낸다. “합리적 설득을 활용하기보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회 및 미디어 환경을 조작”한다는 점에서 트롤링 문화와 취소 문화는 매한가지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지식의 헌법을 물려줄 수 있을까. 저자는 내내 비관적 상황을 전개하면서도 미래만큼은 낙관한다. 디지털 세상이 허위 정보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인상적인 공약과 혁신”을 투입하면 가능성은 있다. 중요한 것은 침묵을 깨는 일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카톡을 통해 들어오는 숱한 가짜뉴스를 대수롭지 않게 타인에게 전달했는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페이스북에서 차단한 적이 있는가? 내가 바로 지식의 헌법을 위협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432쪽, 2만1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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