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하고 고얀 것들 | 이후남 지음 | 눌와

고전소설의 요괴 서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고전소설 연구자가 고전소설 속 개성 넘치는 요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는 민간 전래 요괴와는 차이를 보인다.

일단 외양 묘사가 구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악행도 천차만별이며, 최후를 맞는 모습도 독특하다. 가장 큰 특징은 인간과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욕, 성욕 은 물론 재물에 대한 욕망, 사랑받고픈 욕망,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고차원적인 욕망을 지니고 있다. 당대의 욕망을 반영하는 동시에 우리 조상은 이 욕망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보여준다. 집단적 무의식과 집단적 도덕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것이다.

고전소설 77편에서 총 58종의 요괴를 수집했다는 저자는 그들 중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요괴 20종을 골라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전해준다.

‘전우치전’의 여우, ‘옥란기연’의 구미호, ‘삼강명행록’의 인육으로 음식을 만드는 올출비채 등 흥미로운 요괴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을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틀을 적용해 분류한다. 성욕·식욕 등 ‘본능에 충실한 요괴’, 신체와 재정적 안정을 욕망하는 ‘안전과 안정을 도모하는 요괴’, 사랑을 바라는 ‘인간 역할에 몰입하는 요괴’, 명예욕·권력욕을 지닌 ‘숭배받기를 원하는 요괴’, 이상 실현을 원하는 ‘환골탈태하는 요괴’까지. 전래이야기·드라마·영화 등에서 끊임없이 변주돼온 요괴들. 그래서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동시에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몰랐던 고전소설의 세계, 요괴의 세계가 펼쳐진다. 320쪽, 1만7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