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낙중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낙중 기자
■ 김만배 ‘李지시’ 발언 파장
법조계 “배임 회피하는 말장난”

金, ‘7가지 독소조항’ 언급하며
‘李 무죄 땐 자신도 무죄’ 논리

李측 “사적 지시 아닌 市 방침”
檢, ‘李 수사 뭉개기’도 비판


지난 2015년 성남시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배임죄 혐의에 대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법정에서 주장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윗선 개입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스스로 “사업 설계자”라고 밝힌 이 후보를 105일째 수사하지 않고 있어 대장동 사건도 배임죄가 빠진 일반 뇌물 범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씨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의 핵심인 ‘7가지 독소조항’을 언급하며 “당시 정책 방향에 따라 성남시의 지시·방침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것은 사업 설계자인 이 후보의 방침대로 했으므로 그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면 자신도 무죄란 논리를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7개 독소조항이란 김 씨가 민간사업자 이익 극대화를 위해 공모지침서에 들어가야 할 조항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이 밝힌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추가 이익 분배를 요구하지 않는 고정이익 환수 △대형 건설사 배제 △택지를 민간사업자가 직접 아파트 시행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한 내용이 대거 담겼다. 김 씨는 이날 8000억 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서도 “배임이 아닌 고위험을 감수한 투자의 결과”라고도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이 대장동 비리 의혹이 처음 불거질 당시 “대장동 사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투자) 투자”라고 한 논리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같은 날 이 후보 측은 김 씨 발언에 대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사적 지시가 아닌 ‘성남시 공식방침’”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어불성설’이란 비판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을 이 후보가 직접 설계했다고 밝힌 이상 성남시 입장이 시장의 입장과 다르지 않게 된 것”이라며 “배임 혐의를 피하기 위해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특정인에게 부정하게 특혜를 몰아준 뒤 ‘시의 공식 방침’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늑장 수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 논란 초기부터 스스로 이 사업을 설계했다고 밝혀왔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전담수사팀을 꾸린 후 이 후보에 대해 한 차례도 배임 관련 혐의를 조사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엔 헌법상 형사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검찰의 윗선 배임 수사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대장동 특혜 배임 사건도 민간 업자들의 뇌물·청탁 사건으로 축소될 수 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