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성, 숨 쉬는 대지, 75×55㎝, 사진, 2021
황문성, 숨 쉬는 대지, 75×55㎝, 사진, 2021
꽁꽁 언 고려지(高麗池) 위로 눈이 덮였다. 광활한 설원이 이제 낯설지 않다. 소한 추위가 대한보다 더 맵다고들 한다. 처음 맞는 추위가 언제나 매섭게 느껴지는 법이다. 영하 40∼50도의 혹한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라. 사람은 적응이 필요한 존재가 분명하다. 추위를 즐기기까지 하니 적응력이 놀랍다.

겨울이 되면 마음이 설레고 바빠지는 작가 황문성. 평범한 설경 속에서 비범한 장면들을 포착, 데자뷔의 화면으로 해석해내는 탐미주의자다. 그의 사진은 종이 위에 먹물이 유현하게 퍼져 나가는 발묵(潑墨)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쏟아지는 함박눈을 삼킬수록 검어지는 블랙홀 같은 수면의 은유가 심오하다. 유명(幽明)이 교차되는 흑백 대비, 숨 쉬는 대지의 숭고한 표정이 아닌가. 빙판 한가운데서 볼모가 된 나무 한 그루. 생명의 고귀함을 오롯이 품고 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