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소담, 송새벽, 김의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은 ‘여성 원맨 카체이싱’을 전면에 내세운 범죄 액션물이다. 이야기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스크린을 보고 있노라면 108분의 러닝타임은 영화 속 자동차처럼 빠르게 흐른다. 딱히 군더더기 없는 팝콘 무비다.
은하(박소담 분)는 ‘우체국이 배달 못 하는 걸 맡는다’는 특송(특별 배송) 전문 드라이버다. 엄청난 운전 실력을 바탕으로 맡겨진 물건(?)을 안전하게 도착지까지 데려다준다. 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 원이 연루된 특송을 의뢰받게 된 후 경찰과 국정원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특송’은 제목답게 러닝타임의 상당 시간을 카체이싱에 할애한다.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 카체이싱이 대규모 물량 공세를 통해 각종 기물을 파손하며 쾌감을 줬다면, ‘특송’은 신속·정확하지만 최대한 사고 없이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다 보니 쫓는 이들을 따돌리기 위해 순식간에 주차된 차량인 양 주차구획선에 정확히 차량을 대고, 소음을 없애기 위해 시동을 끈 채 언덕길을 내려오는 등 재치있는 운전법 등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카체이싱과 액션의 주체로 여성을 내세운 점이 이채롭다. 고난도 운전은 전문가의 손을 빌렸지만 박소담은 자연스러운 몸짓과 표정 연기로 은하라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구현했고,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한 액션 연기 또한 매끄럽다.
300억 원을 되찾기 위해 은하의 뒤를 밟는 비리 경찰 경필 역을 맡은 배우 송새벽의 존재감도 크다. 특유의 나른하고 어눌한 말투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비릿함과 잔인함이 돋보인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국정원 요원 한과장(염혜란 분)이 빼어난 수사력과는 별개로 운전할 줄 모른다는 설정은 카체이싱을 특화시킨 ‘특송’의 전체적인 톤과 반대로 가며 웃음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특송’의 이야기 구조는 지나치게 익숙하다. 돈을 되찾기 위해 쫓고 쫓기는 인물 관계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순간들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기시감이 강하게 든다. 특히 타인의 일에 통 관심이 없던 은하가 생면부지 꼬마 아이 서원(정현준 분)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한다는 것도 와 닿지 않는다. 영화 ‘기생충’에서 과외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났던 박소담과 정현준의 재회인데,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춘 분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화학 작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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