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에도 버티기를 하던 애플이 외부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수혜 대상인 정보기술(IT)·게임업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부 결제 수수료율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데다 ‘꼼수’ 논란에 휩싸인 구글의 행태를 반복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12일 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준수를 위해 한국 앱스토어상의 앱 내 제3자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애플의 이행안에는 외부 결제 이용 시 현재 30%보다 낮은 수수료를 적용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구체적인 허용 방법이나 적용 시기, 적용 수수료율 등은 없었다.

이렇자 IT업계에서는 국내 법 준수를 위한 애플의 태도 변화가 정작 큰 의미가 없고, 결국은 수수료 인하 폭이 중요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처음 외부 결제를 허용한다고 했을 때 다들 수수료가 크게 낮아질 줄 알고 반색했는데 실제 수수료율을 보니 하나 마나 한 수준에 그쳤다”며 “결제 대행사 수수료 등 업계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수수료가 크게 낮아져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구글의 비중이 압도적이고 최근에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약진하면서 애플 점유율이 더 떨어지는 추세”라며 “서비스 허용방법, 수수료율 등에서 업계에 실익을 주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외부 결제를 허용하는 것만으로는 앱마켓 운영사와 앱 개발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을 기준으로 보면 결국 26%는 운영·보안 등에 필요한 비용이고 결제 수수료는 4%라는 의미”라며 “앱 개발사 입장에서는 외부 결제 시스템 구축 등에 드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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