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독과점 이유로 불허 방침
과당경쟁 차단·체질개선 무산
산업銀, 실패 대비 플랜B 고심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기업결합 심사를 미루며 시간을 끌던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합병을 거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EU의 반대 이유는 LNG 운반선 시장의 독과점 우려 때문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기존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개편해 한국 조선업의 과당 경쟁을 줄일 절호의 기회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경우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으로 보고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를 불허한다는 내용의 심사 결과를 이번 주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이 60%에 이른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과 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6개국의 승인을 인수 선결 조건으로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EU에서 불허가 나면 한국과 일본의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합병은 무산된다. 국내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변칙적인 조건에서 과당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체질을 개선해야만 생존을 모색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합병 추진 배경에 대해 “단순 점유율을 늘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보다 한국 조선 산업 생태계 개선을 위한 판단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산업은행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가 국가 조선·해양 산업의 미래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매각이 최종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산업은행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막대한 돈을 투입했지만 민영화 시기도 놓치면서 국내 조선업 경쟁력 확보에 실패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EU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면서 기업 결합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 마련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민·임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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