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시의회 의장 “법 절차대로 살피겠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31일 통과돼 ‘오세훈 길들이기’ 논란이 불거진 ‘시의회 의장이 시장에게 발언 중지와 퇴장을 명령할 수 있는 조례안’을 13일 서울시의회에 다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했다. 공을 넘겨받은 시의회는 해당 조례안을 재의할지, 그대로 둬 오는 6월 30일 임기 종료에 따라 자동 폐기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시의회 기본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 헌법과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재의요구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의회 의장 등이 허가받지 않은 발언을 이유로 시장 등 집행부 관계공무원의 발언권에 대해 추가로 제한하는 것은 법령에 의해 주어진 권한 범위를 넘어 상위법령인 지방자치법 위반이다”며 “허가받지 않은 발언으로 퇴장당한 시장 등에게 사과를 명한 뒤 회의에 참석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헌법 제19조에 의해 보호되는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의회는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제의요구서가 도착한 날부터 10일 이내 해당 조례안을 재의해야 한다. 다만 휴회·폐회 기간은 제외하는데, 현재 시의회는 폐회 중이다. 조례안은 내용을 수정해 재의할 수 없다.

해당 조례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재의결돼 공포를 거쳐 효력을 발휘한다. 현재 시의원 110명 가운데 99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해당 요건은 충족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일 당내 이견이 커 부결되면 해당 조례안은 폐기된다. 시의회는 해당 조례안을 아예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6월 30일 제10대 시의회 임기가 끝나면 조례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시의회는 어느 쪽도 쉬이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조례안이 재의결되면 서울시와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 서울시가 기존과 같은 결론이 나면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때 서울시는 조례안의 집행을 정지하는 집행정지신청도 할 수 있다. 더욱이 행정안전부가 해당 조례안의 일부 조항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내놔 흠결 있는 조례안을 또 통과시켰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 해당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지난달 31일 당시 반대표를 행사한 민주당 의원이 있었던 만큼 희박하지만 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시의회 내부에선 대법원 판단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는 만큼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조례안을 다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조례안을 아예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면 서울시와의 해당 논란은 사그라들겠지만, 여당이 절대다수인 시의회가 ‘월권’으로 무리한 조례안을 만들었다가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오 시장은 SNS를 통해 서울시 주요 사업 예산을 깎은 시의회를 연일 비판하며 민주당과의 정책 차별성을 강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에도 오 시장은 SNS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예산 시리즈 4-서울 영테크,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연애, 결혼, 출산에 더해 내 집 마련의 꿈도 포기했다는 소위 N포세대에 희망을 돌려드리는 서울 영테크와 사회초년병 청년들의 생활비 부담을 경감하는 대중교통 요금 지원 예산을 시의회에서 50%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로선 해당 조례안에 함께 담긴 정책지원관에 대한 고려도 할 수밖에 없다. 시의원의 시정 업무를 보좌하는 정책지원관 도입은 시의회의 숙원사업이었다. 시의회에선 상위법이 위임한 정책지원관 관련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기 위해 새로운 조례안을 내놓거나, 상위법에 근거해 정책지원관을 채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김인호 시의회 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행안부가 시장의 발언 중지, 퇴장 명령 조항에 대해선 검토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며 “시의회는 해당 조례안에 양심의 자유 침해 등 문제의 소지가 될 부분이 있는지 절차에 따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조례안 재의요구는 시장의 권한이며, 시의회 역시 재의에 부쳐 의결할 수 있다”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시와 시의회가 각각 대응할 수 있는 문제를 놓고 감정을 내세워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정혜 기자
민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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