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윤리적 논쟁 수면위로
지난 7일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으면서 전 세계 의학계에 “선구자적 얼굴”로 떠오른 데이비드 베넷(57)이 34년 전 고등학교 동창을 칼로 7차례나 찔러 징역을 산 전과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적 성공 이면에,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도 ‘두 번째 삶’이 허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첨예한 윤리적 논쟁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13일 워싱턴포스트(WP)는 언론에 대서특필된 베넷의 소식을 보며 또 한 번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히게 된 레슬리 슈메이커 다우니의 사연을 전했다. 사건은 1988년 4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베넷은 당시 부인이었던 노마 진 베넷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다우니의 동생 에드워드 슈메이커의 무릎에 앉은 모습을 목격하고 격분했다. 베넷은 슈메이커가 당구를 치고 있던 틈에 그를 공격해 복부와 가슴, 등을 반복해서 찔렀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베넷에게 법원은 10년의 징역형과 함께 피해자에게 2만9824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 이후 베넷은 6년간 감옥살이를 마치고 1994년 석방돼 자유의 몸으로 살았다. 그러나 슈메이커는 19년 동안 휠체어를 탔고, 상처 부위에 생긴 염증·욕창으로 고생하다 2007년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슈메이커를 사건 현장에 데려다줬던 막냇동생은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다 마약에 중독돼 1999년 28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슈메이커의 가족은 베넷에게 34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현재 전과자가 장기 이식 수술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나 규정은 없다. “환자라면 누구든 치료할 의무가 있다”는 말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는 의료계는 ‘죄인을 구별하는 일’은 의사들이 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료윤리학자들은 “이미 사법 제도를 통해 처벌받은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순 없다”고 말한다. 수술을 담당했던 메릴랜드 의과대 측도 베넷의 전과 기록에 대해선 별도 언급 없이 “이식 자격에 대한 판단은 오직 의료 기록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은 말기 심부전을 앓고 있던 베넷이 “의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사후 진료에도 소극적이었던 탓”에 인간의 심장을 받을 자격은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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