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코미누스, 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레베카 도트르메르 지음│이경혜 옮김│다섯수레

줄거리는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어린 자코미누스는 달나라 여행을 떠났다가 발을 헛디뎠고 그 뒤로 그의 한쪽 다리는 다른 다리보다 더 힘든 신세가 됐다. 자코미누스가 진짜 달나라에 갔다 왔는지는 굳이 묻지 않기로 한다. 그는 “파리를 잡는 데 실패하고 하품을 참지 못하는” 보통의 아이였다. 모두가 흥미로워하는 경쟁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그에게는 훨씬 더 재미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는 책을 보면서 높임말로 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잘 들여다보면 높임말 부분은 작가가 객관적으로 자코미누스의 삶을 기술하고 있는 반면 평어로 된 부분은 작가가 직접 그에 대해서 말해준다. 그림의 형식도 셋으로 나뉜다. 넓게 펼친 장면은 주인공과 친구들을 좀 떨어진 거리에서 비추고 자코미누스 1인을 클로즈업한 장면에서는 그의 내면을 파고든다. 앨범처럼 여러 컷으로 나눈 장면은 그의 시점에서 본 세계의 면면이 드러나 있다.
마지막 면지에는 25인이 나온다. 늙은 자코미누스 곁에 남은 이들이다. 그리고 “작고 힘든 일 1번, 선입견 94만8487개, 애타게 기다렸던 사람 3∼4명, 아주 충실한 친구 14명” 등 삶의 결산 목록이 적혀 있다. 어떻게 해도 이 책의 아름다움은 설명할 수 없다. 읽어보시기 바란다. 자코미누스의 삶은 진심으로 풍요로운 시간이었다는 것만을 일러둔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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