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신화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몇 안 되는 지식인이다.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에릭 홉스봄, 토니 주트, 베네딕트 앤더슨으로 이어지는 민족주의 비판학자다. 2009년에 나와 홉스봄이 ‘하나의 이정표’라고 평가한 이 책은 바로 이스라엘 신화 비판, 민족주의 허구 비판이라는 저자의 학문적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책은 2000년 디아스포라 속에서도 정체성을 지키며 살다 마침내 신의 땅 이스라엘에 모여 ‘유대인의 나라’를 건설했다는 이스라엘의 신화가 가짜라고 말한다. 유대의 역사를 추적하며 꼼꼼하게 팩트 체크를 하는 그에 따르면 유대인은 ‘발명된 민족’이다. 출애굽은 없었고, 바빌론 유수는 일부 엘리트 지배층에 국한됐으며, 기원후 로마에 항거해 일어난 유대 전쟁도 없었다. 심지어 7세기 이후 이슬람 지배하에서도 토착 히브리 농민이 땅을 버린 일은 없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거주 아랍인들도 이슬람으로 개종한 유대농민 자손들로 팔레스타인인의 뿌리는 이스라엘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19세기 ‘민족’이 ‘종교’를 대신해 안정된 정체성을 제공하는 이념으로 등장했고, 그중에 독일 아리안주의나 러시아와 동유럽의 슬라브주의 같은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탄압하자 시오니즘이라는 대항적 유대 민족주의가 탄생했다고 본다. 흥미롭게 읽히는 저작은 동질성이라는 이름 아래 불평등과 배제의 정치를 어떻게 강화하는지를 끔찍하게 드러낸다. 670쪽, 3만4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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