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中후동 등 경쟁기업 많고 화물창 기술 보유, 30여곳 넘어 독점, 점유율로만 판단 안된다” 기업결합 불허 이유 정면 반박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제동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EU가 기업결합 신청을 불허한 것에 대해 즉각 ‘비합리적이고 유감스럽다’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13일 저녁 늦게 낸 입장문을 통해 “EU 공정위원회로부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불허한다는 심사 결과를 통보받았다”면서 “향후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해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는 EU가 합병 불허 이유로 제시한 LNG 운반선 시장 독점 가능성을 정면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입찰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하나의 유효 경쟁자라도 실제 존재하는지’의 여부인데, 이미 삼성중공업과 중국 후동조선소, 일본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 대형조선사와 러시아 즈베즈다 등과 같은 유효한 경쟁자들이 존재한다”며 “LNG선 건조의 핵심 공정인 화물창(화물을 싣는 창고) 제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보유한 조선소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30개 사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LNG화물창 핵심 기술은 프랑스 GTT와 노르웨이 모스 마리타임이 각각 독점권을 갖고 있다. LNG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 중 한 곳으로부터 사용료를 내고 기술 이전을 받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세계적인 법률자문사인 영국 프레시필즈와 경제분석 컨설팅 기업인 미국 콤파스렉시콘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조선시장은 단순히 기존의 시장 점유율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EU에 개진해 왔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2020년 8월 이 같은 시장 특성을 고려해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바 있다.
유럽의 객관적인 기관이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자사의 기업결합이 LNG선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유럽 고객은 사실상 없었다고 현대중공업지주는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과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입찰 경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업체의 독점은 있을 수 없다”면서 “입찰 승패에 따라 점유율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단순히 높은 점유율만으로 섣불리 독과점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계약 조건인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허가가 최종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은 원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과반(55.7%)을 보유한 지배주주다. 정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토대로 산업은행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