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가 보도된 지 이틀 만인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34개 파일, 160분 통화’가 공개됐다. 누구나 녹취 파일을 듣고 녹취록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선거법 위반 여부나 정치적 득실 등을 떠나 선거를 이전투구로 만든다는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필요한 측면도 있다. 김 씨의 한심한 행태는 이미 지적됐다. 그런데 이 후보 녹취록은 훨씬 충격적이다. 형(작고) 및 형수와의 욕설 파문은 이미 알려졌지만, 녹취록을 보면 예상보다 내용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우선, 주고받은 욕설의 ‘수위’다. 통화가 이뤄진 2012년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녹음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욕설을 한 것은 인성과 품격에 의문을 갖게 한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집안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절연(絶緣)에 이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지경인 경우는 찾기 힘들다. 이 후보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문제점도 있다. 대장동 개발 및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단초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측근임을 부정했던 유동규 씨가 이 후보 및 부인 김혜경 씨와 형 사이의 통화에서 거론된다. 형이 “(김 씨가) 음대 나왔다며, 그래서 유동규가 음대 나왔는데 뽑았냐”라고 하자 이 후보는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라고 답했다. 또, 이 후보는 형에게 “너부터 (정신병원에) 집어넣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음모론으로 물타기 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현근택 후보대변인은 “친문 강성 지지자들이 이 후보가 욕설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배포할 것”이라고 SNS에 올렸다. 김건희 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인터넷 매체가 취재 중이라는 것이다. 친여권 인사인 김어준 씨도 “실제 유포되면 즉시 어디서 제작·유포했는지 얘기하겠다”고 했다. 사실이라고 해도 여권 내 갈등일 뿐이며, 욕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본질을 벗어난 엉뚱한 대책을 내놓더라도 유권자의 우려를 호도하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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