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높고 이익 많이 나는데
까다로운 기준 내세워 ‘퇴짜’
사업자들 빅테크서 자금 마련

“은행, 디지털 속도 못따라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활잡화를 판매하고 있는 30대 자영업자 A 씨는 창업 6개월 차에 사업을 더 키워보고자 은행에 사업자 대상 신용대출을 신청했지만 주요 은행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 데다가 개인 신용도도 높아 무난히 대출이 이뤄질 줄 알았지만 은행권의 사업자 대출 기준이 발목을 잡았다.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는지, 사업자등록 후 1년이 지났는지 등 은행이 제시하는 까다로운 기준은 온라인 창업자인 A 씨가 충족하기에 역부족이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A 씨와 같이 개인 신용이 높아도 은행권의 사업자용 신용대출에서 소외된 온라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IT)기업) 계열의 금융서비스 등으로 살 길을 찾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은행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지만 정작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과정에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경향은 최근 금융연구원이 발간한 ‘빅테크 대출 기능 현황 영향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인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중 67.5%가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 42.5%는 대출에 필요한 연 매출 기준인 4800만 원에 미달 된 경우였다.

온라인 창업자들은 은행권의 사업자 대출 기준이 디지털·비대면 사업의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온라인 매장은 유지·관리 비용이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적은 만큼 연 매출이 적어도 순이익은 더 클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도 6개월 정도로 전통적 매장 사업에 비해 짧은 점을 간과했다고 지목하고 있다. 대출 환경이 디지털화 속도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면서 온라인 창업자들은 대안신용평가를 적용하는 빅테크 계열 금융서비스를 찾고 있다. 다만 빅테크 입장에서는 최근 ‘대출을 고신용자 위주로 해준다’는 지적을 받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빅테크 업계 관계자는 “개인신용점수만으로 사업자의 신용을 판단하면 안 되는데,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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