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아내 열전 | 백승종 지음 | 시대의 창

조선 여성, 보다 구체적으로 조선 아내의 삶은 그저 순종적이기만 했을까. 조선 500년의 시간은 정지돼 있지 않았다. 각종 사건, 사화, 당쟁, 외침까지 벌어졌으니 사회는 변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과 생각도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여성의 삶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아내는 순종적이었을까’라는 질문은 최근에야 대중적으로 가능해졌다. 여성, 그것도 역사 속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깨겠다는 의지와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겠다는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역사학자 백승종이 이 작업을 했다.

저자가 이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자신을 살리고 기른 여성, 바로 자신의 어머니, 할머니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역사에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 모습이 겹쳐 보일 때가 많았고, 그래서 틈틈이 역사 문헌에서 아내에 관한 서술들을 모았다고 한다. 그렇게 정리한 열다섯 개의 이야기가 묶였다. 고려말 성리학자 목은 이색과 부인 안동 권씨에서 시작해, 조선 초 대표 문인 서거정과 부인 서산 김씨, 성리학계의 거두 김종직과 아내 창녕 조씨를 거쳐 추사 김정희와 부인 예안 이씨를 담았고, 마지막으로 조선말 실학자이자 과학사상가인 최한기의 새로운 사상으로 마무리했다. 비망록으로 정리한 14세기 말부터 19세기 말까지 5세기 동안에 일어난 조선 여성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조선 아내를 보는 새로운 세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하나는 조선의 아내도 세상 흐름에 따라 다양한 생존 전략을 폈다는 것이다. 가령 성리학이 조선의 지배 이념으로 확립되자 일부 여성들은 성리학적 교양을 쌓은 지식인이 되려했고, 남성 지배에 순종하는 듯하면서 가정의 실권을 쥐기도 했다. 둘째 조선의 아내들이 매우 능동적이었다는 것이다.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도 이들은 자신이 속한 작은 세상의 주인공으로 의지와 능력을 관철하려 했다. 그리고 조선 아내의 역사에서도 상호성의 원칙이 작용했다. 그때에도 남성과 여성, 즉 남편과 부인은 서로를 관찰했고 사회·문화적 여건이 바뀔 때마다 상대에게 새로운 역할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순종’이라는 모노톤에 역할을 고정하지 않았고, 매번 스스로를 새롭게 정의하며, 자의식을 가진 주체로 세상의 변화에 기꺼이 참여했음을, 저자는 거듭 확인했다고 한다. 296쪽. 1만6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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