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

국내 최초의 과학 서평 매거진을 표방한 ‘시즌(SEASON)’ 창간호가 최근 발간됐습니다. 발행인인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의 말처럼 “과학책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라 반갑습니다. 서평과 일반 칼럼을 엮은 창간호 주제는 ‘100세 시대, 길고 멋진 인생’입니다. 문장 그대로 ‘노화’에 기죽지 않고 팔팔한 삶을 이어가는 방법을 ‘과학’의 틀 안에서 고민해보자는 것이죠.

나이 듦·질병·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건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글이었습니다. 윤 교수는 ‘세월이 나를 예술가로 만든다’라는 글에서 ‘사랑스러운 꼰대’가 되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렬해지는 존재입니다. 삶을 향한 애착이 커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현실의 어르신들은 쉽게 분노하고 슬픔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진짜 마음과 가짜 마음을 구분하는 ‘감성 판별 능력’이 한층 ‘예민’하게 발달하기 때문이라네요. 예년과 다름없는 명절을 보냈는데 종종 부모님들이 “제 가족만 챙긴다”고 서운함을 드러내곤 하는 것 역시 이런 변화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요.

윤 교수는 이 같은 시니어 세대의 심리 변화를 ‘무뚝뚝한 사람이 예술가가 되는 과정’이라고 풀이합니다. 갑자기 무슨 예술가냐고요? 여기서 예술가란 소설 쓰고 영화 만드는 창작자만이 아니라 문화를 전승하는 ‘매개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중년의 예술가’를 문화 매개자로 바라보는 설명은 동물학자 데이비드 베인브리지가 정리한 진화심리학적 정체성 이론과도 통합니다. 베인브리지는 “중년 이후 성 기능이 약해지는 건 젊은이와 ‘섹스’를 놓고 경쟁하기보단 문화를 다음 세대에 대물림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도록 진화한 결과”라고 얘기했지요.

그럼 문화를 올바로 전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 교수는 예민함을 섬세함으로 승화시킨 ‘센스 있는 어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불평하지 않기’ ‘잘난 척하지 않기’ 같은 원칙 아래 젊은 사람과 소통하는 끈을 놓지 않으면 달성 가능한 목표라면서요. 새해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주일 뒤면 설 연휴입니다. 부모님들은 너무 뾰족해지지 말고, 자식들은 ‘사랑스러운 꼰대’가 되고 싶은 어른의 마음을 헤아리면 어떨까요. 누구도 서운하지 않은,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위해서요.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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