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대법, 몰카범에 ‘독수독과’ 적용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하면서 피고인을 참여시키지 않고 증거를 확보했다면, 혐의 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이 앞선 재판에서 증거 채택에 동의하고 혐의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3월부터 4월까지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학생 등 여성의 신체를 24차례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 씨가 3월 10일 새벽 화장실로 들어가는 여성을 따라 들어가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을 시도한 범행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A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해당 범행에 관한 동영상은 확보하지 못했으나 다른 일자에 찍힌 불법 촬영 동영상을 다수 발견했고, 검찰은 A 씨를 기소하며 이 동영상들을 증거로 제출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나, 1심과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발부된 영장은 다른 범죄에 대한 것으로 별도의 범죄 혐의 관련 촬영물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발부받았어야 했다”며 “증거인 촬영물들은 압수수색영장의 혐의 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데다 휴대전화 포렌식 당시 수사기관이 A 씨의 참여권을 보장해주지 않아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이 이 사건 영장의 혐의와 객관적 관련성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여전히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 피고인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어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독수독과 = ‘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도 독이 있다’는 뜻으로, 고문이나 불법 도청 등 불법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법칙으로 활용되고 있는 원칙이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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