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가 최근 아메리카노와 라테 등 시판 중인 음료 46종의 가격을 400∼100원 인상했다. 인상의 주요 이유로 내세운 재료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4500원) 기준으로 얼마나 될까. 원두 1㎏의 가격은 통상 2만 원이고 한 잔에 15g 안팎의 원두가 들어가 원료비는 300원 상당이다. 최고급 아라비카를 쓰면 450원까지 올라간다. 컵과 뚜껑, 컵 홀더는 1000개에 각각 3만5000원, 2만 원, 1만5000원 안팎이고 빨대는 500개에 2000원 정도로 한 잔당 포장원가는 약 75원이다. 결국 판매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커피 머신과 인테리어 비용, 임차료, 인건비, 마케팅비, 마진 등이다.
그러나 커피는 가격으로만 따질 수 없는 음료다. 강배전(强焙煎·Dark Roast)의 스타벅스 커피에 중독된 사람도 있지만 학습과 인터넷 서핑, 정보 교환과 토론이 가능한 매장 문화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원산지가 아랍인 커피는 예멘의 도시 모카에서 대중적인 음료가 됐다. 이후 유럽에 합리주의가 확산될 때 함께 보급돼 ‘이성(理性) 시대의 음료’로 불린다. 커피는 알코올의 대안으로 지식인과 정치인, 사업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커피하우스는 지적·상업적·정치적 대화의 장이 됐다.
1652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문을 연 커피하우스는 1663년 83개로 늘었고 17세기 말에는 3000개에 달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인터넷과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제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의 대부분을 영국 커피하우스에서 집필했다. 계몽사상의 결정판인 ‘백과전서’에는 볼테르, 루소, 몽테스키외 등의 기고자가 참여했는데 디드로가 편찬 작업을 한 곳이 파리 커피하우스였다. 최대 보험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로이드 오브 런던’과 런던 증권거래소의 전신인 ‘더 스톡 익스체인지’도 커피하우스에서 출발했다. 프랑스 혁명의 진원지도 커피하우스였다.
이처럼 커피는 정보와 지식의 네트워킹 속에 혁신과 이성을 주도하고 혁명적 열정까지 점화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현대 커피 문화의 중심이자 스타벅스 프랜차이즈의 고향인 시애틀과 인근 지역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코스트코 등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항공과 유통 회사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것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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