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평일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월급의 30%를 저축하며 지냈는데, 친한 동료가 월급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며 재테크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자산을 늘려야 할 것 같아 투자를 공부했지만 부동산은 이미 너무 많이 올라서 엄두를 못내겠더라고요. 있는 돈으로 시작한 것이 주식과 가상화폐였습니다. 몇 년간 모든 돈을 털어서 일부는 주식, 일부는 가상화폐에 투자했어요. 최근에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을 보면서 내가 왜 이런 짓을 했나 후회가 됩니다. 아내가 걱정할까 봐 처음부터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손실 본 금액을 어떻게 만회하나 막막하고 늘 소화가 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가슴이 꽉 막혀 있고 자주 두근거립니다.

▶▶ 솔루션
다들 조금 더 잘살아보겠다는 마음,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투자를 시작했다가 힘든 상황에 빠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빚을 내서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투자와 도박의 경계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리한 빚을 냈느냐, 그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느냐,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는 조절능력이 있느냐. 이러한 중독정신의학의 관점과 별도로, 미국의 저명 투자자인 피터 린치는 투자자의 기술과 노력 여부에 따라 도박과 투자를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확천금을 노리는 마음보다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은 이해했습니다.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손쉬운 방법을 택합니다. 당장 불안을 누르려면 추가적인 투자로 금액을 투입하는 이른바 ‘물타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손실을 확정 짓기 싫은 심리에 의한 것입니다. 내가 잃었다고 실제로 인정하기는 고통스럽고, 다시 이익 구간까지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너무 길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수익률 자체를 올리고 싶은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결국 더 오랫동안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궁지에 몰리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고 이성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과 평범한 일과에 집중해야 합니다.
잃은 것에 대한 후회와 자책으로도 힘들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입니다. 불안이 마음에 국한되지 않고, 몸으로 표현되기 시작하면 가슴이 답답하거나 잠을 못 자는 것과 같이 신체적 불안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불안은 미래에 기반한 감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편해지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입니다. 지금 무엇이 가장 두려운지 고민해볼 때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두려움은 다릅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배우자에게 공개하는 과정인지, 앞으로 만회하는 과정에서 겪게 될 고통인지, 불안의 구체적인 원인을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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