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에게 지난해는 큰 의미가 있던 한 해였습니다. 연애, 혼인신고, 임신…. 이 세 가지를 모두 해치웠거든요. 과속스캔들 커플이라고 할 만하죠. 남편을 만난 건 이직한 회사에서였습니다. 회사 선배였던 남편은 저보다 20㎝는 큰 데다 태도마저 껄렁해 처음엔 연상인 줄 알았어요. 오다가다 인사만 겨우 하는 서먹서먹한 직장 동료로 지내던 어느 날, 동료들과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요. 식사 자리에서 남편은 제 바로 옆자리에 앉았는데요. 남편이 급체를 했지 뭡니까. 응급실에 가서 진료를 받고 코로나19 검사까지 했는데요. 제 옆자리에 앉다 보니 너무 많이 긴장해 그랬대요.
그날 이후 남편은 제게 일을 도와 달라며 말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거리낌 없이 도와줬는데 직장에서는 “둘이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생겼어요. 어느 날은 남편이 업무 도움에 보답하고 싶다면서 치맥을 사겠다고 했어요. 남편과 좀 더 친밀해졌죠. 제가 화장실을 간다니까 남편이 따라 나와서 화장실 앞을 지켰어요. 건물 밖에 있는 화장실이라 조금 걱정이 됐나 봐요. 화장실에서 나오니 취기가 좀 오르더라고요. 남편을 보고 “안아!”라고 했죠. 망설이는 남편에게 한 번 더 “안아!”라고 하니 저를 살포시 안아주더라고요. 남편은 이날 일로 제가 먼저 고백했다고 주장해요. 어쨌든 자연스럽게 시작된 우리의 연애는 매일매일 행복했습니다. 단 한 가지! 곤란했던 일은요. 남편이 사내연애를 숨기지 못했던 거예요. 꼭 연애하려고 이직한 사람처럼 회사에 인식되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이 사람과 헤어져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다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연애 6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했어요. 코로나19 상황 때문이기도 하고, 계획하지 않은 상황이 생겨서 아직 결혼식은 못 올리고 있습니다. 소중한 아기 천사가 찾아온 거죠.
“남편, 우리 아이랑 셋이서 알콩달콩 예쁘게 살아보자. 청약도 꼭 당첨돼서 우리만의 보금자리도 만들고!”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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