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을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지난 17일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을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와 ‘경색’ 장기화에
韓, 대선 앞두고 대응동력 저하
이례적으로 3월이전 잇단 도발


북한이 27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추정)을 발사하며 1월 들어서만 6차례에 걸쳐 도발을 이어갔다. 이번 시험발사는 미국이 주한 미국대사로 대북제재 강경파인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를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으로, 미국에 맞대응하겠다는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전례 없는 한 달 사이 6번에 달하는 각종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사일 전력화와 함께 한·미 탐지·방어 능력을 점검해보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함흥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추정)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1월에만 6번째로,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14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KN-23 시험발사, 17일 KN-24 시험발사, 이어 25일엔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다양한 계열의 미사일을 담당 부서가 경쟁하듯 발사하는 것으로, 전력화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다. 북한이 연초부터 미사일 도발 빈도를 늘린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12∼2월 사이에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자제했고, 3월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빌미로 도발을 벌이는 공식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초부터 국방력 강화를 명목으로 시험발사를 늘리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선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원칙론 등으로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해 최대한 미사일 성능개량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중 갈등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중국이 북한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한국 또한 대선을 앞두고 대응 동력이 떨어졌다”며 “북한은 지금 국면을 핵·미사일 고도화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국방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발사 날짜는 철저하게 ‘미국 시간표’를 반영해 진행 중이다. 북한은 11일 안보리가 미사일 도발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 시간에 맞춰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고, 이번에는 골드버그 대사의 한국대사 내정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의 고삐를 죌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도 미사일로 대응하며 ‘강대강’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북한은 올 1월에는 기존에 발사했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쐈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일종의 레드라인(경고선)을 넘지 않는 저강도 도발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이후부터 한미 연합훈련이 본격화되는 4월까지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베이징올림픽 전과 올림픽 기간에도 저강도 도발을 하겠지만, 그 이후부터 한미 연합훈련까지는 미사일 사거리를 대폭 늘린 도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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