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 ‘F1963’서 문성식 개인전·아름지기 20주년 기념전
- 문성식 개인전 ‘Life 삶’
유화 드로잉 기법 소품 선봬
100여점 완판…스타성 증명
“서양 화법 한국화단 지배 불만
정선·김홍도 그림서 영감 받아”
- 아름지기 20주년 기념전
작가 90여명 400여편 출품
전통 의식주 재현 작품 모아
현대생활 활용 가능성 모색
제례상 등 세련된 그릇 변신
부산 = 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부산의 한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두 전시가 아주 이질적인데 같은 메시지의 울림을 전하고 있어 흥미롭다. 문성식 개인전 ‘Life 삶’과 아름지기 20주년 기념전 ‘CONNECTING 아름답게, 전통을 이어 일상으로’가 그렇다.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두 전시는 전혀 다른 영역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전통 미학을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탄생시켜서 현재 우리 일상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F1963’은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와이어를 생산했던 공장을 바꾸어 만든 문화 공간이다. 여기에 자리한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문성식(42)은 말 그대로 스타 작가다. 지난 2005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최연소 작가로 참여한 이후 차세대 대표 작가로 주목받아왔다. 전시 때마다 마니아들의 구매 열기가 뜨거웠다. 세 번째 개인전인 이번에 100여 점을 내놨는데, 개막 직후 완판됐다.
지난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문성식은 “일상의 풍경 중 마음에 와 닿는 모든 것을 그리는데, 목표는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스타 작가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그리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게 역력했다.
그는 특유의 유화 드로잉 기법으로 그린 소품들을 이번에 대거 선보였다. 두껍게 바른 유화 위에 연필로 그 바탕을 긁어서 꽃나무와 동물들을 표현했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집을 보기 위해 찾아간 사람들 모습도 있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길을 걷는 연인도 있다. 칠순을 기념해 식사하는 자리에서 가족이 말다툼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의 표정도 생생하게 그려놨다.

그는 이번에 채색 풍경화 신작들도 선보였는데, “서양 벽화와 동양 민화를 혼합해 지금의 정서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문성식은 “서양미술 화법이 우리 화단을 지배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뜻밖의 말을 했다. “정선, 김홍도의 그림과 추사의 글씨에 큰 영감을 받는다”며 “어떻게 하면 요즘 시대에 그들처럼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의 그림 ‘정원과 가족’과 ‘겨울나무’ 등은 이중섭과 박수근의 화풍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이중섭이 ‘비공예적이면서 동적’이라면 박수근은 ‘공예적이면서 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며 “나는 비공예적이면서 동적인 것으로 나다운 것을 그린다”고 했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F1963의 석천홀에서 열리는 아름지기 특별전은 90여 명의 작가가 400여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활동을 해 온 아름지기 재단이 지난 20년간 의식주(衣食住)를 주제로 매년 한 번씩 펼쳤던 전시의 정수를 모은 것이다. 작년 10~12월 서울에서 열었던 20주년 전보다 2배 이상의 작품을 전시했다.
건축가 그룹 에스오에이(SoA)가 전시 디자인을 맡아 과거 공장이었던 공간의 정체성을 살리며 작품들의 미학을 돋보이게 했다. 전시장 앞은 전통 의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한 작품들이 차지했다. 고구려 여인들의 복장, 조선시대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품들은 그 미려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선 영조가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입었다는 두루마기도 이채롭다.
제례상과 도시락상, 술상과 찻상 등은 간결하면서 세련된 느낌의 가구, 그릇으로 꾸며져 있다. 황갑순, 권대섭, 이인진 등 도예가들이 요즘 감각에 맞게 디자인한 작품들이다. 강산아 아름지기 큐레이터는 “전통 미감을 담은 작품을 새롭게 선보여 현대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고 미래의 가능성까지 모색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2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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