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합니다 - 남편 재상에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전화 속 결혼사진을 찾아봐. 사진 속에 활짝 웃고 있는 우리를 보고 나서야 ‘아, 우리가 결혼했구나!’라는 작은 안도감을 느껴.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늘 불안했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몇 번의 이별을 통해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자격이 있을까?’로 변했을 때 나는 자신이 없었고 누군가를 만나는 게 두려웠어.
초겨울, 이자카야에서 처음 만난 우리는 어색함도 잊은 채 뜨끈한 모츠나베 국물로 몸을 녹이고 생맥주를 몇 잔이고 들이켰지. 꼭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영화, 공연, 먹는 이야기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동갑내기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됐어. 사실 공연 홍보를 하는 나는 영화 제작을 하는 너와의 연애가 두려웠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바래지게 하는 버거운 현실에 나보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 너의 고백을 단칼에 자르고 모른 척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시종일관 ‘영화’ 이야기를 하는 너를 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웠어.
나는 항상 궁금했어. ‘결혼할 사람은 느낌이 오는 걸까? 어떤 확신이 있어서 결혼까지 하게 되는 걸까?’ 누군가 결혼을 할 때마다 물었어. 확신하지 못했던 우리 관계가 결혼으로 이어진 지금, 누군가 내게 똑같이 질문한다면 나는 ‘닮은 우리의 모습이 그저 자연스러웠고 편안했다’고 대답하고 싶어. 네 앞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었고 흉이라고 생각했던 내 모습들도 편견 없이 바라봐 준 네 덕분에 나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부터 회복할 수 있었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자 나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어. 영화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를 밀어냈던 나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조건보다 네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가만히 지켜보는 게 좋았어. 그리고 지금은 그런 너와의 미래를 그리는 게 나에게 가장 설레는 일이 됐어.
2021년 12월 19일 우리의 결혼식. 결혼식 전날에도 그때처럼 예쁘고 하얀 눈이 펑펑 내렸어. 그냥 준비해도 어려운 결혼이라는데 코로나19 상황까지 더해져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지?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나와 다르게 감정 기복이 덜하고 긍정적인 네가 매번 참아준 덕분에 큰 싸움 없이 결혼 준비를 한 것 같아. 결혼식 날, 예식장에 들어섰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떨리지 않더라.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러 자리에 모인 지인들, 존경하는 어르신이 연주하는 하모니카, 그리고 내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나의 록스타 캡틴락이 불러주는 축가까지… 매일 공연과 영화 뒤에 있었던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기획하고 주인공이 된 무대가 너무 행복했어. 우리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를 돌이켜보며 이젠 가족이 된 너에게 글로 내 마음을 전해. “나의 가족이자, 친구이자, 짝꿍이 돼 줘서 고마워 재상아!”
아내 나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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