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컬링 종목이 열리는 베이징의 국립아쿠아틱센터 출입구를 2일 중국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가로막고 있다. 뉴시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컬링 종목이 열리는 베이징의 국립아쿠아틱센터 출입구를 2일 중국 경찰 차량과 경찰관들이 가로막고 있다. 뉴시스

■ 유례없는 ‘통제 올림픽’

NBC도 “외부단절 과도한 조치”
격리기간 지나도 이동자유 제한
‘공개훈련→비공개’ 일방적 운영
中 “인터뷰 자유… 책임은 져야”

조명·옷장 불량… 숙소도 열악


베이징 = 정세영 기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이 4일 오후 8시(한국시간 오후 9시) 열린다. 그런데 사상 유례가 없는 ‘통제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폐쇄루프 시스템이 가동된다. 한 마디로 출전선수단, 올림픽 관계자, 취재진과 중국인의 접촉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걸 뜻한다. 그래서 손님이 아니라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의 모든 경기장과 선수단·미디어 숙소, 미디어센터(MPC) 등은 동계올림픽의 신분증인 AD카드가 있는 사람들만 오갈 수 있다. 해외에서 동계올림픽을 위해 중국에 입국한 사람들, 즉 AD카드 소지자들은 경기장과 숙소만 오갈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 시내에선 셔틀버스, 유료인 지정택시만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은 격리 기간이 지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떠날 때까지 지정된 장소와 차량만 이용해야 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달리 이번엔 취재진을 위한 미디어촌이 없고 취재진은 시내 호텔 등에서 묵는데, 호텔 주변에 높이 2m가 넘는 철망과 펜스 등이 설치됐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감옥을 연상케 할 정도다. 경찰 차량 두 대와 경찰 인력이 호텔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2일 크라운 베이징 선 플라자 호텔에서 만난 영국 BBC 방송국의 취재진은 “방역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높은 담벼락으로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손님으로 동계올림픽을 취재하기 위해 왔는데 방에만 처박혀 있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미국 NBC 방송사의 관계자도 “외부와 철저히 단절하는 건 과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런데 숙소도 엉망이다. 문화일보 기자가 묵고 있는 숙소는 5성짜리 호텔로 1박당 30만 원이 넘지만, 방 안 조명은 깨져 있고, 창문 블라인드는 떨어져 있으며 옷장 문은 닫히지 않았다. 호텔 측에 방 교체를 요구했지만 “여유가 없다”면서 거절당했고, 조직위원회에 공식으로 항의해 어렵게 바꾼 방은 엘리베이터 바로 앞으로 소음이 심해 원래 배정받은 방에 머물고 있다.

운영 미숙, 아니 일방적인 운영 방침은 발목을 꽉 붙잡는다. 일부 셔틀버스 기사는 이동 동선을 숙지하지 못해 취재진을 엉뚱한 곳에 하차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1일 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이 열리는 캐피털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하던 한국과 헝가리의 기자들은 셔틀버스 기사의 ‘지시’에 따라 경기장이 아닌 인근 트레이닝홀에 하차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다”라고 한국과 헝가리 기자들의 항의가 10분 이상 이어졌고, 실랑이 끝에 캐피털실내체육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알파인스키와 썰매 종목은 베이징의 북서쪽 옌칭에서 열린다. 베이징에서 74㎞ 떨어진 곳. 셔틀버스를 2번 갈아타고 기차까지 이용해 이동하는 데 대기시간까지 포함, 2시간이 넘게 걸린다. 2일 한국 취재진이 국립슬라이딩센터에 갔지만, 조직위 관계자가 “훈련은 비공개”라고 제지, 허탕을 쳤다. 동계올림픽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마이인포(Myinfo)에는 분명히 ‘공개훈련’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내셔널스피드스케이팅오벌 식당에선 100위안(약 1만9000원)에 맞춰 주문을 받는다. 잔돈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 그래서 이곳에서 주문할 땐 음식 2∼3개를 골라 100위안을 채운다.

조직위는 중국법을 강조한다. 중국 내 인권을 언급하면 중국 법을 어기고 처벌받을 수 있으니 말조심을 하라는 뜻이다. 쇼트트랙 스타 출신인 양양 조직위 선수위원장은 공식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은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양양 선수위원장의 발언은 중국 내 인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말라고 경고한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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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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