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정치부 부장

북한은 설 연휴이던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2022년 들어 발사한 미사일 횟수는 7회나 된다. 5일과 11일에는 극초음속미사일을 1발씩 쐈고, 14일과 17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각 2발, 25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한 달 사이 미사일을 7번이나 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며, 1번만 더 쏘면 지난해 미사일 전체 발사 횟수와 같아진다. 북한이 발사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사거리는 한국 전역은 물론 유사시 한국 방어를 지원하는 주일미군 기지와 괌 기지까지 닿는다. 특히 IRBM 발사는 북한이 지난달 19일 밝힌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조치(모라토리엄) 중단에 바짝 다가간 조치다.

정부는 북한의 7번째 미사일 도발이 벌어지고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후 열린 NSC 상임위원회의에서는 ‘규탄’ 입장을 내놨다. 정부 반응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이 올해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때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도발’ ‘규탄’ 등을 언급하며 북한의 심상치 않은 도발 행보를 경계해왔다는 점과 비교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지난해 초 8차 당대회에서 핵·ICBM 고도화를 천명하고, 지난해 7월부터 영변 핵시설 등을 재가동하자 경계수위를 높여왔다. 반면 그동안 정부의 대응은 임기 말 종전선언에 매달린 탓인지 느긋하기만 했다. 올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쏠 때마다 NSC 상임위를 열었지만, 기껏 한 말은 ‘우려’와 ‘유감’이었다. 이번 대통령 NCS 주재와 정부의 ‘규탄’ 입장도 북 도발 자체보다 대선 악영향을 고려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후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대해 우려된다”고 말해 ‘북한 도발이 대선 시기에만 문제가 되느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여당 대선 후보의 ‘규탄’ 언급 후에야 나온 정부의 ‘규탄’ 입장도 이러한 의구심을 짙게 한다. 게다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북한 IRBM 발사 4분 뒤인 30일 오전 7시 56분 ‘북한 미사일 발사에 관한 총리 지시’를 내각에 하달한 반면, 문 대통령의 NSC 전체회의 발언은 오전 11시쯤에야 나왔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오전 충북 청주에 있는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생산공장 방문 일정을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진행했다. 북한의 도발을 정말로 심각한 안보 위기로 여겼다면 보이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안보의 보루인 군의 대응도 느슨하기 짝이 없다. 북한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때는 능력 폄하에 바빴고, IRBM 발사 때는 브리핑 계획도 공지하지 않다가 출입기자단 요구에 오후 1시에야 브리핑을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5년의 결과는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시간 벌어주기와 해이해진 군 인식, 한·미 동맹 균열이다. 문재인 정부가 누란지위(累卵之危)에 올려놓은 안보 상황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의 희생이 필요할지 걱정스럽다.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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