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이태백은 중국 당나라 때 시선(詩仙)으로 불린 시인인데 2030세대에게 물으면 ‘20대 태반이 백수’라고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많다. 심각한 구직난으로 인해 10여 년 전 생긴 신조어가 요즘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20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통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수십 번 응시원서를 내도 번번이 탈락해 대인관계 기피증까지 생기는 젊은이들이 늘자 ‘이태백 스트레스’라는 파생적 조어도 생겼다. 달을 좋아했던 이태백은 달을 소재로 한 시를 많이 남겼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로 시작되는 ‘달타령’노래도 있다. 이태백이 천재형이냐 노력형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는 술에 취하면 즉흥적으로 시를 읊었고 그 시는 대부분 ‘절창(絶唱)’으로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천재성을 부각한 이야기다.

반면 재미 시인 마종기 씨는 산문집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에서 ‘이태백은 어느 날 술을 잔뜩 마시고 호수에 비친 달을 보다가 절창의 시를 하룻밤에 열 편을 썼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혹 당신이 천재적 재능으로 언제라도 글을 쓰면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바로 이태백증후군 환자’라고 했다. 1300년 전 이태백이 1100여 편에 달하는 뛰어난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수천 권의 고전과 시집을 읽으며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라는 얘기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20대 줄리아드 음대 유학 시절 아예 연습실에 살면서 온종일 연습만 하는 외톨이였다”고 말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프리마돈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발가락이 기형이 되도록 연습에 매진한 덕분이다. 타고난 재능에 기대기보다 쉼 없이 노력한 결과 최고의 예술가가 됐다는 점에서 이태백증후군은 없다는 것을 입증해줬다.

4일 개막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태극전사 63명이 출전한다. 피겨 차준환(20),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21), 쇼트트랙 최민정(23), 스노보드 이상호(26), 봅슬레이 김유란(29) 등 대부분 20대다.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믿으며 집념과 열정으로 피나는 노력을 해온 태극전사들이 중국 땅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할 감동의 순간을 일궈내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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