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탄소중립 등 적극 대응
신규원전 건설·투자 확대 발표
文정부는‘택소노미 배제’고수
차세대 원전 산업 주도권 상실
유가 상승에 에너지 수급 비상
무역수지도 사상최대 규모 적자
세계 주요국들의 ‘원자력발전 회귀’가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의 차세대 원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3일 유럽연합(EU)도 원전 투자를 환경·기후친화적인 지속가능한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로 분류하는 규정안을 확정·발의했다.
탄소중립·에너지 대란·그린 플레이션(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원자재 가격과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경우 탈(脫)원전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차세대 원전 산업 주도권 상실뿐 아니라 전력난·요금 인상·에너지 안보불안 등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의 폐해가 극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선진국들의 ‘원전 유턴’은 원전에 대한 재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0’에 가깝고, 발전 단가가 낮은 데다 태양광·풍력의 치명적 약점인 간헐성·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행정명령에 무공해 전력의 하나로 원전을 명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DC의 에너지 정책 조사 결과, 원전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주가 3분의 2에 달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마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5년까지 원전을 150기나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대표적인 친원전 국가인 프랑스는 지난해 말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등 원전 연구에 10억 유로(약 1조3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원전 건설도 한창이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설 중인 원전은 아시아 35기, 유럽 15기 등 57기에 달한다.
세계 곳곳에서 원전 부활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EU와 달리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배제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그러면서 “원전이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아도 금융투자를 전혀 못 받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원전을 더 늘리지 않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에너지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차세대 원전 수출을 포함한 원전 산업 기반 붕괴, 에너지난과 이에 따른 전력요금 추가 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올해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8.26달러에 거래되는 등 원유 증산 유지 방침에도 유가가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가 컸다. 지난달 원유(75억 달러)·가스(64억 달러)·석탄(20억5000만 달러)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 합계는 159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0억6000만 달러나 늘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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