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지음 |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현존하는 최고 인기작가인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오랜 동료인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 나눈 대화를 담았다. 게이퍼드는 30년 가까이 호크니와 거의 매일 이메일, 전화 통화 혹은 소포로 작품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사이로 책은 그만큼 호크니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 진행된다. 호크니는 자유로운 대화 속에 예술, 그림, 삶, 빈센트 반 고흐와 폴 세잔 등 다른 화가에 대한 호크니의 생각을 들려주고, 코로나19 봉쇄 시대 작업과 작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그의 그림처럼 화사한 ‘봄’이다. 아무리 겨울이 모질고 길어도 봄은 찾아오듯 코로나19 시대를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위로를 전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매일 작업실에 서서 그림을 그리는 성실한 화가가 그리는 봄 그림 이야기도 함께한다.

이들이 만난 곳은 호크니가 머물고 있는 프랑스 노르망디 작업실이다. 호크니는 2019년 화가라면 누구나 반하지 않을 수 없는 투명한 햇빛, 나무와 꽃 때문에 노르망디에 작업실을 잡았다가 이듬해 봄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봉쇄’였다. 하지만 호크니에게 봉쇄 시간은 오히려 방해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됐다. 그의 작업량은 어느 때보다 많았다. “봉쇄가 시작됐을 때 운 좋게 이곳에 있었습니다. 나는 그저 열심히 작업을 했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그는 그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60년 넘게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그림이 여전히 흥미롭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늘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그는 “미술가가 되는 것이 일종의 자유라고 생각했다”며 “단 한 번도 직장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자유롭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 일은 일주일 내내 늘 일하는 삶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변호사가 됐으면 지금보다 삶에 변화와 흥분이 있었을 거라고 했다. 작업은 일인 동시에 습관이라는 그는 여든이 넘었지만 작업실에 가면 지금도 서른 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책에는 호크니가 노르망디에서 그린 신작들도 담겨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지난해 5월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 서울의 대형 옥외 스크린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 등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280쪽. 2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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