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화전집’ 16권째 펴내
“소장품들 언젠가 국가 기증”
“일본 고단샤(講談社)가 펴낸 책보다 1㎝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한국 민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입니다.”
‘조선민화전집(朝鮮民畵全集)’을 16권째 펴낸 이영수(80·왼쪽 사진) 단국대 예술대학 종신명예교수. 그는 책이 컬러 장정본으로 대형판(37×26㎝)인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고단샤가 1970년대에 펴낸 ‘이조(李朝)의 민화’는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 우리 민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 이전인 1959년엔 일본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가 ‘조선의 민화’라는 글을 통해 속화(俗畵)라고 경시된 비제도권 그림의 가치가 재평가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민화는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를 말한다. 궁궐, 사찰, 관아, 민가의 실내를 장식하기 위해 그린 것이 많다. 무속 신상(神像), 심우도(尋牛圖), 십장생도(十長生圖), 효제도(孝悌圖) 등은 민간 신앙과 불교, 도교, 유교 사상을 담고 있다.
이런 민화는 조선시대 제도권에 속한 선비 화가들의 작품에 비해 한국 회화사에서 소홀히 여겨졌다. 일본에서 먼저 그 가치를 알아본 후에야 국내 학계에서도 민화 연구 중요성이 부각됐다. 1990년대에 체계적 연구가 이뤄졌고, 지금은 국내 주요 화랑이 민화전을 열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민화에 대한 국내 학계 인식이 바뀌는 데 이 교수의 역할이 컸다. 그는 고향인 충남 서천의 서원에서 공부하던 어린 시절부터 민화를 친숙하게 여겼다고 한다. 대학교수로 임용된 20대 말부터 일본을 200여 번 찾아 각지에서 우리 민화를 수집했다. “야나기 등이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그림을 되돌려놓겠다는 일념에서였습니다.”
미국 뉴욕 등에서도 우리 민화를 수집한 그는 ‘한국민화전집’ ‘조선시대 민화’ 시리즈를 출간했다. 이번에 ‘조선민화전집’ 16권째를 펴냈는데, 지금까지 사비를 들여 출간한 민화 책이 50여 권에 달한다. 그의 작업에 대해 김병종 가천대 석좌교수는 “개인이 하기 힘든 일을 소명의식으로 묵묵히 수행해 왔다”며 “우리 민화의 미의식을 오늘의 작가들과 연계시키고 특별강좌 등을 통해 확산시킨 것은 기념비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가 책에 소개한 작품들은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그의 소장품이다. “제가 이 작품들을 잠시 보관하는 것일 뿐 언젠가는 국가에 기증할 것입니다. 정부에서 민화타운을 만들어 세계인이 우리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도 이뤄져야 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민화 책을 출간할 것이라는 이 교수는 화가로서 창작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홍익대 미대 재학 때 천경자, 김기창 화백에게 배운 그는 석채화와 수묵화가 섞인 독창적 화풍을 가꿔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땐 ‘스포츠화(畵)’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민화를 바탕으로 동양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게 여전히 청년처럼 뜨거운 열정을 지닌 그의 꿈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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