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준비끝에 단행된 작전
급습직전 민간인 대피 ‘안도’
수괴 자폭하자 “비겁한 선택”
모처럼 거둔 대외 성과 부각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2일 밤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웨스트윙 지하 상황실은 숨 막히는 긴장으로 가득했다. 재킷을 벗은 셔츠 차림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모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지구 반대편 시리아 북서부에서 진행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이브라힘 알하시미 알쿠라이시 제거작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인 3층 건물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1층에 거주하는 민간인가족의 아이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안전 장소로 뛰어가자 상황실 내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얼마 뒤 바리케이드를 치고 미군과 대치하던 알쿠라이시가 아내·자녀들과 자폭하면서 폭발음과 함께 화면 속 건물과 주변 땅이 흔들렸고 곧 작전종료가 선언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몇 시간 뒤인 3일 오전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연설을 통해 알쿠라이시 사망을 공식 발표하며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번 작전은 테러리스트가 세계 어디에 숨더라도 테러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미국의 범위와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테러리스트)을 쫓아가 찾아낼 것이다. 미국인의 안전과 전 세계 동맹·파트너들의 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쿠라이시에 대해서는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심판과 마주하기보다 가족의 생명도 아랑곳하지 않고 될 대로 되라 식의 비겁한 행동으로 자폭을 택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의 알쿠라이시 제거작전은 수개월 간에 걸친 치밀한 준비 끝에 단행됐다. 미국은 몇 달 전 시리아 정보통을 통해 알쿠라이시가 해당 건물에 거주하며 배달원을 활용해 테러를 지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방부 수뇌부는 지난해 12월 알쿠라이시가 은신한 건물 모형을 백악관 상황실로 가져와 작전계획을 설명했고, 민간인 대책 등을 보강한 끝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작전을 최종 승인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혼란·인명피해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작전종료 후 몇 시간 만에 예정에 없던 대국민연설을 자청하고 백악관도 상황실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발 빠르게 공개하며 모처럼 거둔 대외 성과를 부각했다.
알쿠라이시 제거 사실이 알려지자 미 정치권은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립 중인 러시아까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미군이 훌륭한 일을 해낸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고, 공화당 소속 밋 롬니 상원의원도 “IS 수괴를 제거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평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대테러 측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체 회원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가장 이목을 끄는 대테러작전이었다”고 평가했고, 더힐도 “논쟁의 여지가 없는 대외정책상 승리”라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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