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좀비에서 한단계 더 진화
친구들 지키는 착한 좀비 등장
좀비로 변하는 과정 초점 맞춰
감염된 이후의 공포감 극대화
좁은 공간에 사람 밀집된 학교
감염에 취약해 긴장·공포 배가
성폭력·미성년의 출산 소재 등
OTT 특성상 자극적 묘사 많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감독 이재규, 김남수)이 또 한 번 전 세계에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우학’이 지난달 28일 공개된 이후 9일째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부산행’(2016)에서 본격화한 K-좀비의 인기가 ‘킹덤’(2019) 시리즈를 거쳐 ‘#살아있다’와 ‘반도’(이상 2020) 이후까지 도무지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다. ‘지우학’의 K-좀비는 과연 또 어떤 차별화로 세계 팬을 다시 사로잡았을까.
◇좀비 변이 ‘과정’에 주목
K-좀비는 ‘부산행’ 이후 매번 진화를 거듭했다. ‘부산행’과 ‘킹덤’의 좀비가 전광석화처럼 빠른 속도가 특징이라면, ‘#살아있다’의 좀비는 스피드에 감정을 더했고, ‘반도’의 좀비는 훨씬 더 난도 높은 꺾기 동작으로 격렬한 액션을 보여줬다. ‘지우학’도 스피드와 액션의 난도 면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빨라진 느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전 좀비들과의 차이는 변이 후가 아니라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작진에 의하면 “감염이 시작될 때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는 게 ‘지우학’ 좀비의 특징이다. 이전엔 물림과 경련, 변이가 반복되는 단조로운 패턴이었다면 ‘지우학’에선 물림과 경련 사이에 공포의 심리 단계가 하나 더 추가됐다. 남온조(박지후) 등 주인공 일행이 방송실로 피신했다가 친구 한경수(함성민)가 감염돼서 변하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런 변이 과정의 표현은 ‘부산행’과 ‘#살아있다’ 등에 직접 출연하며 K-좀비의 특징을 포착해온 배우 한성수와 ‘킹덤’ 등에 참여했던 안무가 국중이의 지도로 가능했다. 배우들은 두 사람의 지도 아래 촬영하기 3개월 전부터 몸을 단련했다.
◇새로운 ‘절비’의 등장
남온조, 이청산(윤찬영) 등 주인공들의 활약도 컸지만 이들에게 맞서는 ‘빌런’ 윤귀남(유인수)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그는 좀비의 힘과 회복력은 그대로 지니면서 인간처럼 사고하는 ‘절비’(절반 사람·절반 좀비)를 연기했다.
좀비가 창궐하는 학교에서 ‘절비’는 거의 천하무적이다. 더는 좀비의 공격을 받지 않고 옥상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자신의 변화를 감지한 윤귀남은 “뭐야 이거 완전 천국이잖아”라며 이청산을 추격한다. ‘부산행’과 ‘킹덤’에서 인간의 피와 살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들던 좀비는 ‘#살아있다’에서는 뭔가 사연을 가진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지우학’에서는 절반의 인간으로 환생했다.
이는 현재의 코로나19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증하면서 무증상 감염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절비’의 주요한 특징도 무증상 감염에 비유할 만하기 때문이다. 또 ‘절비’는 선과 악의 두 가지 속성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인다. 윤귀남이 뼛속까지 악인인 반면, 같은 ‘절비’가 된 최남라(조이현)는 친구들을 좀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한다. 마치 영화 ‘블레이드’(1998)의 뱀파이어 사냥꾼(웨슬리 스나이프스) 여성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제한된 공간의 힘
학교 내 공간은 뻔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훨씬 더 다이내믹한 액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교실·학생식당·도서관 등 좁은 통로가 많고 학생이 밀집된 환경은 감염에 취약성을 드러내는 대신 긴장과 공포를 배가시켰다.
이청산이 좀비들을 피해 도서관 책장 위로 뛰어다니는 액션, 양대수(임재혁)가 교실 문짝을 떼어내 복도에서 좀비떼를 밀어내는 장면 등은 웬만한 블록버스터 액션 못지않다. 마치 ‘부산행’의 마동석이 열차 안에서 좀비를 블로킹하며 질주하는 액션을 연상시킨다. 4층 규모로 지어진 학교 세트도 실감 나는 액션에 한몫했다. 이재규 감독은 “공간이 중요했기에 4층 규모로 100m에 가까운 학교 세트를 지었고, 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는 도서관 신을 위해 하루 종일 리허설을 한 뒤 원테이크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자극적 장면의 청소년 노출은 과제
그러나 지나치게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들은 일부 시청자의 비난을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데도 청소년들의 시청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시청자를 유인해야 하는 유료 플랫폼의 특성상 지상파보다 자극적인 장면 묘사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좀비물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우학’에도 불편한 장면이 꽤 많다. 피와 살을 물어뜯는 끔찍한 시각효과는 물론 여학생 성폭력, 미성년 출산 등이 소재로 등장한다.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학원 문제라고 해도 굳이 그렇게 표현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좀비 장르의 특성상 자극적인 장면이 많은 데다 학교라는 리얼리티 때문에 불편해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끝까지 보면 그 캐릭터가 노출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그보다는 OTT가 스크리닝을 잘하는지, 인터넷 ‘짤’의 형태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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