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 내 영혼의 노래, 120×180㎝, 유화, 2008
김윤신, 내 영혼의 노래, 120×180㎝, 유화, 2008
38년 전 그가 홀연히 아르헨티나로 떠났던 것은 고갱이 타히티로 떠난 것만큼이나 극적이다. 원시 생명력이 숨 쉬는 광활한 땅의 부름을 운명적으로 받았던 모양이다. 교수직도 초개처럼 버리고, 멀고 낯선 땅으로 미련 없이 떠난 김윤신. 혈혈단신 타국에서 미수를 맞아, 지금도 건재한 거장의 근황이 전해진다.

작가의 작업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사람과 자연, 물질과 정신, 주체와 객체와의 조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작가의 조각과 그림은 일관되게 우리 고유의 철학과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전통 토템에서 온 조각에서는 합침(음)과 나뉨(양)이 본질적으로 하나며, 생명의 궁극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그림들에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오색찬란한 색동의 판타지를 영혼 깊은 데서 퍼 올리고 있다. 감출 수 없는 한(韓)의 얼과 흥이 솟구치는 리듬의 화면이 그들로 하여금 어깨춤을 추게 만든다. 고국산천의 아련한 회상도 빠질 수 없다. 타인의 무리 속에 던져졌을 때 만난 ‘나’, 새롭고 소중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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