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후는 지난 열흘 사이, 지구 상에서 가장 크게 인생이 바뀐 인물이다. 그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 글로벌 인기를 끌며 그의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왔다. 그의 SNS 팔로어는 80배나 늘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아직 이런 반응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 나선 박지후는 “작품이 공개된 후 저희 가족도 그렇고 저도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생님도 반 친구들도 정주행했다고 연락이 와서 뿌듯하더라”며 “정말 아직 실감이 안 나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어나 기사에 나오는 숫자, 통계 같은 것을 보면 ‘사실이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고등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박지후는 주인공 온조 역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당초 나연과 온조, 두 역할을 두고 선택권을 가졌던 박지후는 주저 없이 온조를 선택했다. 그는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나연과 온조 리딩 후 어떤 역할이 더 맞을 것 같은지 물어보셔서 ‘온조’라고 망설임 없이 답변했다”면서 “나연 역을 하기엔 용기가 나지 않았고, 저와 더 맞는 캐릭터가 온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조는 다소 ‘고구마 캐릭터’라는 볼멘소리도 들었다. 생사를 다투는 상황 속에서 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도 처음 대본을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입을 연 박지후는 “다른 친구들은 도망가기 바쁜데 친구를 잃는 장면에서 혼자 운다든지 현실을 부정하면서 시간을 지체하는 면들이 답답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 인물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린 나이고 학생들이면 현실적인 판단을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연기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와 싸우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를 비롯해 10대들의 풋풋한 로맨스 등을 두루 다뤘다. 좀비물의 톤과는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10대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라는 반박도 있다. 특히 박지후가 연기하는 온조는 그 중심에서 소꿉친구 청산(윤찬영 분), 자신을 짝사랑하는 수혁(로몬 분)과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이런 설정에 대해 박지후는 “저는 온조가 수혁이를 좋아한 게 ‘남자친구로 사귀어야겠다’는 것보다는 ‘덕질’하는 느낌이었다고 생각했다. (수혁이의) 외모도 훤칠하니까. 한창 10대니까 그럴 나이잖냐”며 “하지만 좀비 사태가 일어나면서 청산이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되고, 또 온조도 자신조차 모르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지후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촬영 당시 실제 10대였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려 노력했다. 그는 “촬영 당시 10대였던 만큼 10대의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 놓이면 ‘나도 그렇게 행동할까’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 것 같더라”면서 “좀비 사태가 벌어져도 장난칠 건 장난치고 고백할 건 고백할 것 같다. 실제 저라면 청산이를 선택할 것 같다. 청산이는 저만 바라보는 순정남이잖냐”며 빙그레 웃었다.

올해 박지후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22학번 새내기가 됐다. 영화 ‘벌새’(2019)로 국내외 신인상을 휩쓴 후 배우로서 더 여물 기회를 얻은 셈이다. 새내기답게 “얼른 학식을 먹고 싶고 과잠(바)도 입어보고 싶다”고 말한 박지후는 “제가 MZ세대라 검색 능력이 좋다. SNS에서 절 많이 좋아하는 걸 보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힘을 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