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는 대나무로 만든 말(馬)로 옛날 어린이들이 타고 놀던 장난감이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친한 벗을 ‘죽마고우(竹馬故友)’라 한다. 우리는 1951년 제주교육의 발상지인 제주북초교 제42회 졸업생으로, 그중에도 6학년 4반 동창으로 조직된 반창회원들이다. 명칭은 북초교와 인연을 맺었다 해 연북회(緣北會)라 호칭한다. 처음에는 25명으로 구성해 모임을 지속하다 세월이 흘러 팔순에 이르기까지 작고한 동창을 빼면 지금은 10명의 인원으로 분기별 모임을 하고 세상 사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만 83∼84세의 노년기를 보내는 동창들인데 이 중 자랑스럽게 소개할 벗이 있다. 제주시 연동이 고향인 현태식(84·사진 왼쪽) 벗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찢어지게 가난해 금융회사 사환, 땔감 해오기, 연탄 나르기 등으로 고학을 하며 주경야독으로 공부하다 오현고교 3년 재학 시 ‘특대생’이 됐다. 하지만 이 제도가 없어지며 학비를 내지 못해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장용하 담임선생님이 도움을 줘 졸업한 우등생이었다.
그가 최근 펴낸 ‘눈비 바람에도 안 꺼진 촛불’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자서전에 의하면 지난 1991년 4월부터 4년 3개월간 제주시 기초의회 초대의장이었던 시절, 시민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력으로 모은 재산으로 임기 동안 생활비를 충당하고 시민의 혈세인 회의비, 의원활동비 등 그에게 지급되는 1400만 원이란 돈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려드리고 무보수로 일했다. 오히려 그의 토지 2∼3필을 팔아 모은 6억 원가량을 이웃돕기나 경로잔치, 무공수훈자회 찬조금 등으로 사용했다니 이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그는 지역 의료보험료를 11.8% 정도 인하했고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을 설치했으며, 항공기 이·착륙지점과 맞물려 엄격했던 건축물 고도제한을 500m가량 대폭 완화했고 탑동 문제 갈등 봉합 등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했다.
그는 “약간은 손해 보면서 살아가자, 득을 보려는 마음을 없애면 평안이 깃든다. 탐욕의 끈을 끊어야 살맛 나는 세상이 온다”고 했다. 결국 시의회에 나가 임기를 마치고 귀가하는 날까지 회의비 등을 깨끗이 사회에 환원해 대가 없는 봉사를 했다.
권력은 모든 국민의 안녕을 위해 써야지, 정당하지 못하게 권력을 행사한다면 국민의 적이 된다. 가진 것 자체가 자랑이고, 위세를 떨치며 무기로 생각하면 안 된다. 가련한 사람에게 베풀면 자연히 존경받게 되고 가치를 발휘하며 인생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으로 1억 원의 성금을 제주도 사회공동모금회에 헌납해 이웃을 돕고 있다.
또한 같은 죽마고우 중 김홍림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 사학의 명문 오현고교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교무주임 등 30여 년의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 일선 교육 현장에서 상록수 교원으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정신종 제주 북초등학교 동창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