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을 품고 있는 금융그룹과 보험·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에서 성과급 잔치가 한창이다. 지난해 좋은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우리·하나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조5000억 원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전년 대비 30.0%가 넘는 성장이다. 이에 따라 각 금융그룹은 적게는 기본급의 100%에서 많게는 300%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와 증권사 등도 성과급 잔치에 여념이 없다. 일부 증권사는 실적 연동에 따라 연봉의 50%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곳도 있다고 한다.
목표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리면 성과급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차원이라면 금융회사들의 성과급 지급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런데도, 금융그룹들의 성과급 잔치에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그 성과가 나온 배경 때문이다. 금융그룹들의 경우 실적 대부분은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은행과 증권 부문에서 나온다. 부동산 및 가상화폐 시장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대출 이자가 급격히 늘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도 크게 늘어 은행들은 역대 최고의 이익을 거뒀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출 만기 및 이자 납부 연장 조치를 해 주면서 은행의 대출자산이 늘어난 것도 순이익 증가 요인이다. 은행들이 자체 영업력 향상으로 수익을 올렸다기보다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수 효과에 기댄 측면이 컸다는 분석이다. 개인과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장사나 사업이 잘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재원을 조달하려는 이유와 그 반대로 어려움에 빠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재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지금 은행 대출을 받는 개인과 기업의 상황은 후자 쪽이다. 성과급 잔치가 곱게 보일 리 없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지금 금융권에는 ‘잠재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달에는 정부가 대출 만기 및 이자 납부를 연장해 준 코로나19 대출 지원 조치가 종료돼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금융 당국의 경고 사인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시중은행에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더 높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보 금감원장이 “금융회사들의 충당금이 전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금융회사들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5조716억 원으로, 1년 전인 2020년 3분기(5조2969억 원)나 2020년 말(5조4006억 원)보다 부족한 상황이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노사 합의에 따라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나눠 주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경영상 ‘운용의 묘(妙)’가 아쉬운 것은, 금융그룹들이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나눠 준 그 돈이 코로나19 사태로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는 어느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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