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핀란드화·민스크 협정
佛 제안 사실상 실현 가능성 낮아

러-佛회담 테이블 패러디 이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에 이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며 위기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8일 모두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부인하거나 거부했다.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와 ‘민스크 평화협정’ 준수 등 중재안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단 추가 대화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긴장 완화에 합의했다는 보도를 일축하며 “현 상황에서 러시아와 프랑스는 합의할 수 없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지 나토를 주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또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긴장을 고조시킬 계획이 없으며, 벨라루스에서도 곧 철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힌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연속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 모델과 ‘민스크 평화협정’ 준수를 집중적으로 제안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재안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으며, 마크롱 대통령 본인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핀란드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핀란드화는 우크라이나가 냉전 시대 핀란드처럼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중립을 선언하면서 독립을 유지하나 주권 등에 일부 제약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나토 가입을 추진해온 우크라이나로선 받아들이기 힘들며, 우크라이나의 대내외 정책에 러시아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크라이나는 물론 나토, 미국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민스크 평화협정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인데, 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평화를 약속하며 평화협정이 체결됐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다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이날 “민스크 평화협정 합의안에 대한 러시아의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중재안들을 사실상 거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나는 말을 믿지 않는다”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러시아의 ‘행동’을 먼저 촉구했다.

한편 모스크바에서 이뤄진 러·프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간 사이에 놓인 5m 길이의 거대한 테이블이 여러 패러디물(사진)을 양산하며 이슈가 되고 있다. 둘만 앉는 자리에서 너무 과한 크기의 테이블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m 길이의 테이블은 마크롱 대통령을 제압하기 위한 권력 과시용이라는 추측부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내내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취했던 푸틴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편집증적인 우려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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