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경제硏 소비량 분석·전망

GDP1만달러당 5.7배럴 소비
유가, 연평균 100달러 기록땐
경상수지 305억달러 줄어들것

재정수지적자 68조 전망 불구
정치권선 돈퍼주기 경쟁 급급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아 향후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대외 환경이 악화하면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원유의존도(2020년 기준)를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당 원유소비량으로 측정한 결과, 5.70배럴로 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원유 의존도는 스위스(0.87배럴)보다 5.5배나 높았다. 한국 경제의 대외 균형이 악화할 징후는 무역수지(상품 수출-상품 수입) 적자를 통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1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8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다. 종전 무역수지 적자 최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월(40억4000만 달러 적자)이었다. 지난해 12월(4억50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2개월 연속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도 2008년 8~9월에 이어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당초 전망치보다 305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상품의 수출입을 근간으로 하는 경제라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져서 무역수지 대규모 적자가 장기화할 경우, 경상수지도 결국 적자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나라 살림살이 형편을 보여주는 재정수지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시점에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올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는 68조1000억 원에 달했다. 한국 경제의 대내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야 대선 후보들은 정부가 14조 원 규모로 제출한 올해 추경 규모를 35조~50조 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경 규모를 늘리면 국가채무가 더욱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전날 국회에서 “국제 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추경 규모 늘리기 논의에 나서면서 채권시장은 ‘패닉(공황)’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66%포인트 오른 2.303%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8년 5월 15일(2.312%)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하는 등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대선용 돈 풀기’ 경쟁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해동·유회경 기자
조해동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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