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가스프롬 독점 체제
최근 생산 늘리지 않아 의구심
EU, 미국·카타르 등과 접촉중


“지난 2021년은 생산과 이윤 면에서 우리에게 아주 기록적인 해였습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CEO는 이같이 선언했다. 실제로 수요 증가와 폭발적으로 치솟는 가스 가격 덕분에 가스프롬은 유로를 긁어모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밀러 CEO는 최근 러시아 최고 노동 영웅 훈장을 받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 위기 속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로 삼은 가운데 러시아의 국영 가스 기업인 가스프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9일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러시아 수출에 사용되는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독점권은 러시아 법률로 규정돼 있다. 이에 최근 수십 년 동안 EU의 가장 큰 가스 공급처였다.

유럽연합(EU)의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의하면 EU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약 43%가 러시아 생산분이며 나머지는 노르웨이, 중동, 미국, 북아프리카 순이다. EU 내 러시아 가스 의존율은 회원국마다 다른데 특히 동쪽에 위치한 국가일수록 의존율이 더 높다.

EU의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독일은 가스프롬으로부터 가스 사용량의 약 55%를 의존한다. 러시아와 독일을 바로 잇는 가스 수송관 ‘노드스트림2’가 완성되면 독일의 러시아 의존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스프롬이 실제 러시아 정부로부터 EU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고 가스관을 잠근다면 유럽에 대규모 에너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다는 건 명약관화하다. 실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됨과 거의 동시에 유럽의 에너지 위기도 심화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다른 가스 공급자들은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와 기록적인 가격 때문에 가스 생산을 늘린 반면 가스프롬은 생산을 늘리지 않고 있다”면서 “이 회사가 러시아 국가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이 신뢰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언급했다. 이에 EU는 실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에 대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고위 관료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미국과 아제르바이잔, 카타르와 같은 대형 LNG 생산국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외교에 돌입했다.

지난 7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도 만나 에너지 위기 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와 동시에 유럽은 미국으로부터 LNG 수입물량을 대폭 늘리며 재고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EU의 지난 1월 LNG 수입량은 1100만여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늘었다. 특히 미국산 수입은 지난 석 달간 3배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은 LNG 수입국인 일본과 한국, 인도 등에도 여유분을 유럽에 융통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일본은 자국 수요 물량을 확보한 뒤 남는 양을 유럽에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9일 공식 발표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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