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마다 코로나 확진직원 속출
주52시간제로 근로연장 못하고
재해 우려에 대체인력도 못써
생산차질→거래처중단‘악순환’
꼬리에 꼬리무는 규제에 ‘애로’


충남 천안에서 나사제품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정모 대표는 최근 직원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공장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제조업 특성상 확진자 발생은 곧 인력 순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첩첩산중 규제까지 도사리고 있다며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인력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현장 라인에서 한두 명만 빠져도 즉각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로 발생한 인력 공백을 근무 시간 연장을 통해 메울 수도 없고, 사고 우려 때문에 대체 인력을 채용할 수도 없다”고 했다.

오미크론 폭증세 속에 현장 특성상 재택근무가 원활하지 않은 중소 제조업계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확진자 발생이 흔한 상황에서,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태에서 대응책 마련은커녕 일손 감소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수주 물량을 감축한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거래 물량이 더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에서 섬유가공업을 하고 있는 한모 대표는 10일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에서 단체 혹은 연쇄 확진자가 나오면 사실상 공장을 멈추게 된다”며 “자가격리 인원을 제외한 남은 인력들이 정상 근무 시간 내에 아무리 일을 해도 계약 물량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거래처가 끊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인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사업을 천운에 맡기며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사업주들은 중대재해 발생 우려로 대체 인력 채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급하다고 미숙련 인원을 현장에 투입했다 사고가 나면 대표가 바로 처벌 대상이 된다. 남은 직원들이 원하더라도 추가 근무를 할 수 없는 점도 회사 운영에 큰 타격을 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부산지역 50인 미만 제조업 중소기업 116개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64.7%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경제적 여유 부족 해소 등을 위해 연장근무에 찬성한다는 것인데 현행법으로는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일을 더 할 수 없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최소한 노사가 자율 합의를 한다면 일이 몰릴 때 더 작업하고, 여유가 있을 때 쉬는 식으로 정책적인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폭증으로 중소 제조업체들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데 확진자가 안 생기게 예방만 잘하라는 식으로 두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이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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