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운영하는 원경 스님
딱 3년만 하려했는데 벌써 7년
코로나 이후 매일 도시락 전달
배고픔엔 휴일없어…계속 급식
‘밥 한 술, 온기 한 술’ 책 펴내
급식소 이야기·심곡암의 사계
법정 스님과 인연 내용도 기록
“잃어버린 인간성 회복 담았죠”
글·사진=장재선 선임기자
원경(60) 스님은 이렇게 말하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지난 8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스님은 듣던 대로 맑은 얼굴에 차분한 말투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배고픈 어르신들을 위한 급식소 시설을 카페업자가 임대해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며 참 서글펐다”면서 “위약금을 물어주고 운영을 맡았다”며 7년 전을 되돌아봤다. 스님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식사를 지어서 드리던 공양을 매일 도시락을 전달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했다. 복지단체 직원과 봉사자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며 식사 공양을 하느라 참으로 애쓴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배고픔엔 휴일이 없으니 어떤 상황에서든 급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님은 최근 책 ‘밥 한술, 온기 한술’(담앤북스 발행)을 펴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겪고 느낀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전했다. 어린 시절 보릿고개를 겪으며 학교 수돗물로 배를 채웠던 기억이 있는 중년 여성이 급식소 쌀을 후원하는 이야기 등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온기가 가득한 일화들 속에 유머도 한술 들어 있다. “대부분 ‘스님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고들 하시지만 간혹 ‘할렐루야!’를 외치는 분도 계시다.”
그는 “그늘진 세상을 살피며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대중이 읽기 편하게 쉽고 간결하게 썼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책을 손에 쥐면 한달음에 읽게 된다.
책은 급식소 이야기뿐만 아니라 스님이 주지로 있는 심곡암의 사계를 담고 있다. 북한산 향로봉 인근 깊은 산속에 자리한 심곡암은 당초 심곡사였는데, 그가 ‘암자’로 바꿨다. 절의 이름이 크다고 불도 수행과 자비 실천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절로 들어오는 등산로를 만들어 찾는 사람을 늘리자는 제안도 수용하지 않았다. 자연을 해치며 신도를 늘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스님은 1998년부터 매년 심곡암에서 ‘산사음악회’를 개최해왔다. 코로나19 이후로도 봄, 가을 음악회를 열되 관객 없이 진행하고 유튜브를 통해 전하고 있다. ‘산사음악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에는 계절마다 멋진 무대 효과를 연출해 준 자연의 역할이 컸다.’
스님은 산사에서 봄을 맞으며 햇차를 기다리는 마음의 설렘을 이렇게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나무 햇차보살마하살!’
그는 19세에 송광사에서 출가한 후 고 법정 스님과 오랜 인연을 가꿨던 이야기도 책에 담았다. ‘스님께서 우려주신 그때의 차향은 지금까지도 내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려사 주지로 있을 때, 매년 한 번씩 찾아왔던 ‘길상화 자야 여사’의 이야기도 전한다. 자야 여사는 어느 날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스님. 큰돈은 자기 돈이 아닌 겁니다. 작지만 행복하게 살 줄 아는 것이 진짜 잘 사는 것입니다.”
자야 여사가 세상 떠나기 전 평생 모은 재산을 길상사에 희사한 뜻을 나중에 가늠할 수 있었다고 원경 스님은 되돌아봤다.
현재 조계종 사회부장 소임을 맡고 있는 스님은 시집 ‘그대, 꽃처럼’을 펴낸 바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이번 책에도 산문 사이에 시를 수록해 놨다. 그중 한 대목. ‘해거름 녘/저무는 노을같이 고요한 마음이 되어/넘치지도 않고/부족하지도 않은/마음자락으로 세상을 여미며 살 일이다. … 내 안의 사랑을 퍼주기도 전에/떠나가지 않도록/마음을 기울여 사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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