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저출산·고령화’. 여기에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다문화’다. 시골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대다수가 다문화가족 자녀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 얘기다. 한 해에 태어나는 아이 100명 중 6명이 다문화가족 자녀이며, 학교에 진학하는 전체 학생 수가 매년 줄어드는 데도 학령기에 진입하는 다문화 학생 수는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총인구 중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 이주배경인구 비중은 4.3%(222만 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비중은 2040년 6.9%(352만 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K-팝 오디션 프로그램 1등 출신의 가수,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는 패션모델 등 세계 속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다문화 청소년들도 있지만, 다문화 청소년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청소년의 9.2%가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지난 1년간 우울감을 경험한 다문화 청소년은 18.8%나 됐다. 다문화 청소년은 때때로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않은 이방인으로 여겨지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차별을 이유로 자신감을 잃거나, 꿈을 포기한다면 이는 사회 전체의 손실이다.
여성가족부는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이후 전국에 231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가센터)를 만들어 다문화가족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있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다가센터에서는 결혼이민자 대상 한국어 교육, 다문화 부모학교 등 다문화가족의 정착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한다. 연간 약 11만 명의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다가센터를 찾는다.
17년 차 결혼이민자 오홍련 씨는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베트남의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양국의 가교역할을 훌륭히 한 공로로 지난해 한 금융기업 공익재단에서 주관한 다문화가정 대상을 받았다. 오 씨도 한국 생활 초기엔 능숙하지 않은 한국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다가센터를 다니며 점차 사회에 적응하게 됐고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정부는 오 씨의 자녀세대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의 시야를 넓히고 있다. 이전에는 미취학, 중도입국 자녀들을 중심으로 다문화가족 자녀 정책을 폈지만, 자녀들이 학령기가 되면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발표한 ‘학령기 다문화가족 자녀 포용적 지원 방안’에 그간 고민해 온 결과가 담겨 있다. 차별에 상처받기 쉬운 다문화가족 자녀의 심리돌봄을 위한 상담과 진로·취업 컨설팅을 연계하고, ‘정보전’이라는 대학입시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입학·입시 정보 탐색도 지원할 계획이다. 교사와,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이 다문화 청소년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교육도 확대한다. 미취학,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한 지원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다문화가족 자녀에게 똑같은 출발을 보장하고 공정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이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회가 차별과 편견으로 얼룩진 곳이 아니라,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 되기를 바란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다. 흔들리는 것마저 포기하고 싶어진다면, 정부는 이들을 위한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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