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국민연금 개혁을 시도할 때마다 나오던 표현이다. 대선 주자들이 한목소리로 국민연금 개혁을 외치면서 연금개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물론 전문가의 시각이 여전히 냉랭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연금개혁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고 밝혔다.
대립관계의 여야 대선 주자들이 개혁에 공감 의사를 표한 건, 그만큼 연금기금 고갈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상태로 가면 1990년생의 경우 평생 보험료를 내도 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제도 개선 방안을 포함한 종합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연금을 지급 받지 못하는 사례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연금제도 개선이라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연금제도 개선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이 어렵다.
사실상 현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에 무책임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 수지를 점검하고 장기적으로 재정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제4차 추계 결과를 진행한 뒤 연금개혁을 시도하긴 했다. 당시 추계 결과에서는 2042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57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부는 전문가 논의를 거쳐 당시 4가지의 연금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을 사지선다형으로 내놓으면서 국민에게 책임을 돌린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핵심은 24년째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개선안이 공개되자 국민은 가뜩이나 얼마 받지도 못하는데,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데 따른 불만을 대거 표출했다. 또 국민연금보다 소득대체율이 높지만 국민 혈세로 적자를 메꾸고 있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의 사례가 비교 부각되면서 국민적 반대는 더 커졌다. 국민연금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속출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개선안을 되돌려 보냈다. 이후 개선안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쳤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한 뒤 슬그머니 국회에 제출됐고,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국회에서도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시급한 연금개혁 대신 문 정부는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연금제도를 적극 추진했다. 연금 사회주의 우려 목소리가 컸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며, 올해부터는 주주대표소송도 본격 예고하고 있다. 아예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결정 권한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위탁하는 내용의 제도를 추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5차 재정계산은 내년이면 발표하고, 연금제도 개선 방안도 내놔야 한다. 5년 전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해진 만큼, 연금재정 문제는 더 심각해졌을 수밖에 없다.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현 정부가 손 놓은 연금개혁은 차기 정부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눈앞의 이익을 위한 포퓰리즘보다 국가와 미래 세대를 위해 연금개혁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수반과 정당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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